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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혁명’ 튀니지 역사적 총선… 민주화 연착륙 시험대에

입력 : 2011-10-24 03:22:53 수정 : 2011-10-24 03: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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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11월 29일부터 선거 실시
이슬람·기독교 갈등 악영향 우려
카다피 죽자 예멘·시리아 시위대“다음은 우리 차례” 대통령 퇴진 압박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가 사망하면서 아랍권 국가의 정세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아랍의 봄’ 바람을 일으켰던 튀니지가 정권 몰락 후 처음으로 선거를 치렀고 이집트에도 다음달 선거가 예정돼 있는 등 아랍권의 민주화 바람은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험난한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국가가 민주주의로 연착륙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재자 연쇄 몰락할까

한때 자신을 아프리카의 ‘왕중의 왕’이라고까지 칭했던 카다피의 몰락은 주변 국가의 독재 정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과 달리 카다피는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시민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카다피는 결국 무바라크, 벤 알리보다 더욱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는 결국 아랍권 국가들의 독재 정권에 있어 ‘게임의 법칙’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영국 BBC 방송은 분석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국가의 독재 정권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서 권력을 갖고 국가를 통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권력의 정당성과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카다피 사망 소식은 시리아와 예멘의 반정부 시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예멘의 수도 사나와 시리아의 하마에서 수만명이 축하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다음은 우리 차례”라며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퇴진을 압박했다.

◆첫 모델 될 튀니지 선거

올 1월 ‘재스민 혁명’을 일으키며 아랍권 민주화 바람을 일으켰던 튀니지는 23일 처음으로 선거를 했다. 튀니지 국민들의 손으로 몰아냈던 독재 정권을 대신하는 새 정권을 선택하는 첫 단계로서, 아랍권 민주주의의 새 모델이 될지 전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튀니지는 이번 선거에서 1년 임기의 제헌의회 의원 217명을 선출한다. 이들은 1년 동안 새 민주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국가를 이끌 정부를 구성할 대통령을 지명하게 된다.

특히 튀니지는 리비아나 이집트보다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내전 상황을 오래 겪은 리비아와 달리 파괴된 것이 비교적 적으며 이집트와 달리 전 정권의 힘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전체 인구가 1200만명으로 상대적으로 적고 동질성도 큰 데다 교육 수준이 높고 중산층이 두텁다. 여기에 비정파적인 군과 온건한 이슬람주의, 전통적으로 단일한 국가정체성을 유지해왔다.

이런 이유로 튀니지인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튀니지가 혁명의 모델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민주주의 전환 모델로 자리 잡기를 염원하고 있다. 튀니지의 NGO인 ‘카와키비 민주 이행 센터’의 아미네 갈리는 “튀니지인들은 아랍 국가에서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는 다음달 29일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총선은 3차에 걸쳐 내년 1월까지 실시되며, 대통령선거는 내년에 치러진다. 이집트 군사최고위원회는 지난 2월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된 뒤 과도통치를 하면서 선거일정을 준비해왔다.

◆험난한 민주화의 길

앞으로 아랍권 국가의 민주화 과정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이슬람주의 정당이 득세하고 있어 민주주의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게 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튀니지는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를 통해 이제 민주화의 길을 향한 첫 단계를 뗐을 뿐이다. 제헌의원들은 헌법을 마련한 뒤 해산하고 1년 뒤 다시 의회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튀니지 선거를 감독하는 독립선거위원회의 코디네이터 모센 칼보시는 “독립선거위원회가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다음 선거를 위한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튀니지에서 100개가 넘는 정당이 난립하는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엔나흐다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엔나흐다당은 1980년대 벤 알리 정권에 대한 저항운동이 벌어지며 설립됐고 탄압을 받았다. 최근 대안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슬람주의 정당으로서 세속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집트에도 이슬람주의 정당, 좌파 정당 등 50여개가 난립해 있다. 이 중에서 ‘이슬람의 가치를 존중하자’고 내세우는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은 무바라크 퇴진 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자유정의당은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50%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온건한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나 무슬림형제단이 지난 50년간 활동이 금지됐던 불법단체여서 경계를 받고 있다.

이집트는 이밖에도 이슬람과 기독교 간 종교 갈등이 유혈 사태로 번지며 사회 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집트 인구 중 10%가량을 차지하는 콥트교(기독교의 한 분파)가 다수인 무슬림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아 왔다고 주장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여명이 숨졌다. 이집트는 종교 갈등과 유혈 사태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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