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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여운’ 다른 느낌으로… 인기드라마 공연 붐

입력 : 2011-10-03 18:07:07 수정 : 2011-10-03 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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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궁’ ‘막돼먹은 영애씨’ 등;뮤지컬·연극으로 재탄생 흥행몰이… 한류팬 겨냥 외국어 자막서비스도
추억과 무대위 살아있는 감흥 선사… ‘콘텐츠 교류·공연 대중화’ 긍정평가 속 “일부 졸속… 창작극 내실 약화” 우려도
TV드라마와 뮤지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가 공연으로 재탄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대로 옮겨온 드라마의 변신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도 각양각색. 드라마의 여운을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어 의미 있었다는 반응부터 드라마와 또 다른 스토리, 분위기에 만족을 표하는 관객들도 있다. 이처럼 최근 급증하는 드라마의 공연화 현상은 콘텐츠 교류와 공연의 대중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공연계 일각에서는 창작극의 내실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 소재 공연 ‘봇물’

배용준, 최지우, 고 박용하를 한류스타로 만들고, 일본에 한류 붐을 몰고온 드라마 ‘겨울연가’가 뮤지컬로 태어난다. ‘겨울연가’ 윤석호 PD는 뮤지컬의 총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장근석·윤아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사랑비’ 연출에 여념이 없는 윤 감독은 오는 27일부터 내년 3월18일까지 장기 공연되는 뮤지컬 ‘겨울연가’ 총괄제작프로듀서 및 예술감독까지 맡는 모험(?)을 감행했다.

뮤지컬 ‘궁’은 윤은혜, 주지훈이 주연한 동명의 드라마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2011년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설정하에 황태자 신이와 여고생 채경의 로맨스를 그린 뮤지컬 ‘궁’은 앞서 일본에서 공연돼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다큐 드라마라는 신장르를 개척하며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도 뮤지컬로 각색돼 관객을 만난다. 뚱뚱하고 나이 많은 노처녀지만 성격만큼은 당찬 영애를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막돼먹은 영애씨’는 김현숙이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가을에 맞는 감성적인 공연도 관객을 기다린다. 연극 ‘연애시대’는 이혼부부로 출연한 감우성·손예진 주연의 ‘연애시대’를 무대에 옮겨 잔잔하고 섬세한 감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연극 ‘연애시대’는 드라마의 원작이 된 일본 작가 고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 ‘연애시대’를 토대로 한 스토리 구성으로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난 5∼7월 공연된 뮤지컬 ‘환상의 커플’이 드라마를 소재로 했으며 올 연말 박신양, 김정은 주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인기 드라마 소재 공연이 가을 관객을 찾는다. 왼쪽부터 뮤지컬 ‘겨울연가’ ‘궁’ ‘막돼먹은 영애씨’
◆드라마 이름만으로 홍보효과

일부 원작 만화 및 소설에 기반한 공연도 있지만 이 또한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검증 받은 작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드라마를 모티브로 했다고 해도 허언은 아닐 것.

대극장부터 소극장 공연까지, 드라마 소재 공연이 유난히 많아진 것은 ‘흥행’이라는 궁극적 목표와 무관치 않다.

드라마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 작품이 공연으로 나왔을 때 대중들의 호기심이 상승하는 것이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2시간의 공연으로 압축하다 보면 극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핵심 되는 감정 흐름을 빌려 오게 되면서 드라마와 차별성을 갖게 된다. 무대를 통해 주인공들이 대사를 던질 때 드라마와는 다른, 살아있는 감흥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공연 팬뿐 아니라 드라마 골수 팬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드라마 마니아층은 열광하는 드라마에 투자하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드라마로부터 재탄생한 공연을 관람할 의사를 가진 집단이다. 특히 한류 드라마 팬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요즘 해외 드라마 팬을 타깃으로 한 공연 제작 또한 늘고 있는 추세다. 뮤지컬 ‘겨울연가’는 해외관객이 찾기 쉽도록 명동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공연장을 택하는가 하면 일본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관람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하지만 공연 홍보를 위해 지나치게 스타 마케팅에 기댄 인상을 주는 것 역시 사실. 뮤지컬 ‘궁’은 그룹 SS501 멤버 김규종을 황태자 ‘신이’ 역으로 캐스팅, 흥행을 위해 연기가 미숙한 아이돌 가수들을 주인공으로 세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공연·드라마 콘텐츠 교류 ‘활발’

드라마의 공연화 현상은 콘텐츠 교류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미 장르를 구분 짓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장르 간 리메이크 형식으로 상호 콘텐츠 교류가 활발하다.

‘드라마의 공연화’뿐 아니라 ‘공연의 드라마화’도 시도되고 있다. SBS 드라마 ‘더 뮤지컬’은 국내 최초 뮤지컬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극중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을 삽입해 드라마와 뮤지컬 팬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 뮤지컬 스타인 쏘냐, 옥주현, 조지훈, 홍지민 등이 실제 출연, 뮤지컬의 넘버를 열창해 뮤지컬을 드라마로 감상하는 재미를 안겼다.

하지만 공연 관계자들은 공연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인기 원작의 무분별한 차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기 원작에 기댄 공연이 당장 관객의 시선을 끌지는 몰라도 일부 공연들이 원작의 인기에만 기대 졸속 제작되는 현실은 공연계 자체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예술종합대학 이원종 교수는 “검증된 드라마를 통해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하나의 장르를 변용시키는 ‘원 소스 멀티 유저’ 트렌드와 연관이 있다”고 최근 드라마 소재 공연이 붐을 이루는 배경을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중성이나 상업성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전문성이 부족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성공한 작품은 원작과는 다른 스타일로 승부를 건 케이스가 대부분이며 안정성만 추구하다 보면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창작자 발굴이나 양성에도 힘을 쏟는 등 장기적으로 공연 발전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나리 세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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