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과 무관한 직장 생활은 없다. 영업을 하는 경우에도, 계획을 세워야 하고 기간 단위로 결과 보고를 해야 하며 고객과 시장의 트렌드 분석을 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에서는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을 문서로 할 수 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범위, 결재의 프로세스, 표현의 깊이, 보관의 필요성 등이 구두로만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로 하면 간단할 걸 꼭 이렇게 어렵게 써야 해?”라고 하지만 조직의 힘은 또한 거기에서 나온다.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하루 2회 정도의 보고서를 쓰고 있고 이를 위해 5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에게 직장 생활이란 곧 무언가를 쓰는 것이 된다. 직급에 관계 없이, 쓴다고 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80% 정도가 이러한 능력이 직장에서의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사무관 승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고서 작성에 대한 지도를 하고 있다. 진급 심사에 일종의 논술시험이 추가 된 탓이다. 다시 한번 쓰는 능력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대부분이 직장 생활을 이십여 년 이상 한 사람들이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쓴다고 하는 일에는 이골이 나서 달인의 경지에 올랐을 성 싶기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면 기획안 보고서 등을 쓰는데 가장 어려워 하며 실제로도 부족한 부분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체험한 결과는 ‘논리성의 결여’다. 자기의 주장을 구조적으로, 순차적으로, 합리적으로 펼치지를 못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써야 할 내용을) 누락 시키거나 중언 부언 한다’는 것이다.
“제가 주장 하고자 하는 요점은 A·B·C 입니다.”라고 말했지만 듣는 사람이 “저 친구가 말한 것 중에 A는 C하고 같은 내용 아냐?” 혹은 “그런데 저 친구는 E, F에 대한 내용은 왜 언급조차 안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논리적으로 표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상황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당사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이 원리가 듣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커뮤니케이션이나 문서 작성에서 완벽하게 구현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직원들도 입사하여 퇴사할 때까지 이를 반복해서 훈련 한다.
더욱 쉽게 표현 하면 자기의 주장을 할 때, 3가지로 압축하여 표현하되, 이 세 가지에 누락된 내용이 없이 모든 게 포함 되어야 하고, 그렇다고 해서 중복 된 내용이 들어 가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고를 때, ‘성능’ ‘가격’ ‘디자인’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보편적이고 무난한 척도가 될 수 있지만, ‘램프의 모양’이라든가 ‘실내 장식’등에 집착 한다면 개인의 기호일 수는 있지만 여러 사람을 설득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다. 후배에게 배우자의 조건으로 ‘얼굴’ ‘생머리’ ‘예쁜 손’을 조언해 주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책을 읽고 핵심을 이런 방식으로 압축할 수 있다면, ‘논리적인 생각’ ‘설득의 능력’ 아울러 ‘잘 쓰는 능력’을 갖춘 것이 된다. 그러니 대학 생활의 대부분이 읽고 쓰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을 훈련 해도 늘지 않는 것은 원리를 모르고,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써 왔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막연 하게나마 몸으로 감으로 그 원리를 체득하긴 하지만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데는 역시 표현할 길이 막막하다.
옛날 어느 왕이 인간의 삶을 한 줄로 압축해 오라는 명령을 했다고 하여, 줄이고 줄였더니 결국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는 답도 있고 ‘세상엔 공짜가 없다’라는 답도 있는데, 공부 잘 하는 원리, 시험에 잘 붙는 원리, 나아가 성공하는 원리를 한 가지로 표현 하라면 ‘책을 읽고 한 장으로 요약하는 능력’이라 말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이를 일찍 깨우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의 운명이 갈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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