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지낚시는 한국에만 있는 우리의 고유한 낚시 방법이다. 흐르는 물살을 이용해 가벼운 채비를 흘려 강고기를 잡는 것인데, 이 낚시는 그야말로 녹수청산(綠水靑山)의 비경 속에서 자연과 동화되는 즐김과 풍류의 낚시라고 할 수 있다. 견지낚시는 크게 배를 타고 즐기는 배견지와 강물에 들어가 여울에서 고기를 낚는 여울견지로 나눌 수 있다. 잡히는 고기로는 누치, 마자, 모래무지, 피라미, 갈겨니 등 강고기들이다. 그렇다면, 견지낚시는 언제부터 시작하였을까. 50년을 견지낚시를 즐기고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여 ‘한시와 낚시’라는 책을 낸 이하상 선생은, 조선조 명종 때 대제학을 지낸 정사룡(鄭士龍 1491∼1570)의 시에 견지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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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천 상류 미산계곡에서 견지낚시를 하는 피서객들. |
낚시하는 물건-이것을 견지라 한다(釣者-俗云牽之)
마음 내키는 대로 흔들리는 쪽배를 타고
봄 강에 낚시얼래를 담근다.
줄과 바늘 마음과 손에 모으니,
물고기 숨어 도망가기 어려우리.
손가락 움직이면 비록 싫도록 잡히나,
애처로운 마음 들어 느긋이 잡네.
옛날에 낚시꾼 장지화는,
빈 낚시에 고기 잡히면 찬거리 마련했다지.
(稱意搖孤艇 春湖浸鴨欄 緡鉤心手會 鱗介透潛難 指動雖當飽 生哀庶可寬 向來西塞?虛釣若爲餐, 이하상 옮김)
마음 내키는 대로 흔들리는 쪽배를 타고
봄 강에 낚시얼래를 담근다.
줄과 바늘 마음과 손에 모으니,
물고기 숨어 도망가기 어려우리.
손가락 움직이면 비록 싫도록 잡히나,
애처로운 마음 들어 느긋이 잡네.
옛날에 낚시꾼 장지화는,
빈 낚시에 고기 잡히면 찬거리 마련했다지.
(稱意搖孤艇 春湖浸鴨欄 緡鉤心手會 鱗介透潛難 指動雖當飽 生哀庶可寬 向來西塞?虛釣若爲餐, 이하상 옮김)
정사룡은 민간에서 이것을 ‘견지(牽之)’라고 한다는 부제를 달아놓았는데, 이는 순 우리말일 것이라는 게 이하상 선생의 주장이며, 이는 전적으로 타당한 견해다. 시의 내용을 보아도 대를 드리우고 있는 일반 대낚시가 아니라 ‘손가락 움직이는’ 견지낚시임이 확실하다. 즉 이 시는 이미 16세기에 견지낚시가 지금의 형태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결정적 증거 자료가 되는 것이다. 문헌상으로 16세기에 확실하게 나와 있다면 견지낚시의 역사는 그 이전으로 소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한국 고유의 전통낚시의 주체인 견짓대는 아마도 명주줄이 나일론 줄로, 대나무가 카본이나 유리섬유 제품으로 바뀌었을 뿐 그 형태는 수백 년 전이나 거의 동일할 것이다.
견지낚시의 준비물은 의외로 간단하다. 견짓대, 수장대(물속에 살림망을 걸어둘 수 있게 한 긴 장대), 살림망, 미끼통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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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의 묘미는 2,3분 만에 한 마리씩 낚는 것이다. |
견지낚시의 요령은 포인트를 잘 선별하고, 밑밥을 물의 흐름에 잘 동조시켜, 절도 있는 스침질로 고기를 잡는 기술인데, 누구나 한두 시간만 연습하면 쉽게 익힐 수 있다. 모든 낚시가 그렇듯이 견지낚시의 관건은 포인트 찾기이다. 흔히 내린천이나 평창강 같은 곳에 가면 여울과 소가 반복된다. 그중에서도 적당한 수심과 여울의 흐름을 잘 살펴 포인트를 찾는 눈썰미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다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다. 초보자는 다른 사람이 견지낚시를 하는 곳에서 양해를 구하고 뒤에 슬그머니 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라미나 갈겨니를 대상으로 하는 낚시에서 보통 2, 3분에 한 마리씩 낚아야 정상인 것이지 그 이하의 조과라면 지루하기 그지없는 것도 견지낚시다. 때문에 한 5분 해도 안 잡히면 미련없이 자리를 옮겨야 한다. 견지낚시는 기술보다는 물의 흐름과 지형을 읽는 안목이 낚시의 성적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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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는 여성, 어린이 등 초보자에게 제격이다. |
하지만 견지낚시도 자연 속에서 하는 낚시인지라, 비가 많이 와 흙탕물이거나 물이 맑아졌어도 수량이 많아 포인트가 형성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낚시가 된다. 그것만 제외하면 6월쯤부터 9월쯤까지 견지낚시는 피서에는 딱 적합한 그런 낚시다.
물에 몸을 담그니 육신이 시원하고 강고기를 꼬드겨내니 손이 즐겁고 눈을 들면 청산과 녹수가 다가오니 눈이 시원하고 귀 기울이면 산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들리니 귀가 호강하는 그런 입체적인 낚시가 바로 견지낚시인 것이다.
그래서 조선 중기의 문신인 소세양(蘇世讓, 1486∼1562)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앞 개울에서 낚시(前溪釣魚)
한 줄기 물이 마을을 지나 흐르고,
고기 떼 멋대로 놀고 있다.
낚싯대에 빗방울 부딪치는 여울 가이고,
붉은 여뀌 가득 찬 가을 강이다.
여울이 급해 미끼를 자주 주지만,
물결이 차서인지 뜨문뜨문 낚이네.
끓이고 회 쳐서 흥은 유유한데,
모래사장 갈매기는 한가롭기만 하네.
(一水穿村過 群魚得計游 漁竿衝雨傍溪頭 紅蓼滿川秋 灘急頻投餌 波寒懶上鉤 炊香膾玉興悠悠 機熟狎沙鷗, 이하상 옮김)
한 줄기 물이 마을을 지나 흐르고,
고기 떼 멋대로 놀고 있다.
낚싯대에 빗방울 부딪치는 여울 가이고,
붉은 여뀌 가득 찬 가을 강이다.
여울이 급해 미끼를 자주 주지만,
물결이 차서인지 뜨문뜨문 낚이네.
끓이고 회 쳐서 흥은 유유한데,
모래사장 갈매기는 한가롭기만 하네.
(一水穿村過 群魚得計游 漁竿衝雨傍溪頭 紅蓼滿川秋 灘急頻投餌 波寒懶上鉤 炊香膾玉興悠悠 機熟狎沙鷗, 이하상 옮김)
늦여름부터 가을 초입까지 유유자적의 낚시를 하려 한 번 떠나볼까.
문학평론가 hbook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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