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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이젠 연기로 감동을 주어야 할 때"

입력 : 2011-09-02 10:28:07 수정 : 2011-09-02 10: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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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개봉 ‘통증’ 주인공
“이 영화는 누구보다 제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눌한 말투, 자신 없는 눈빛, 구부정한 허리 등 주인공 ‘남순’의 캐릭터는 제 얼굴에서 빼내는 게 더 어울리거든요. 꽃미남 배우들이 할 연기는 분명 아니에요. 난 꽃미남 배우가 아니니깐 제격이죠.” 7일 개봉하는 영화 ‘통증’에서 통증을 못 느끼는 남자 ‘남순’을 연기한 배우 권상우는 그간 자신이 맡아 온 역할들 중 가장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남순이란 인물은 멋있는 이미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입니다. 감독님이 ‘남순이는 머리가 짧아야 한다’고 해서 머리를 잘랐고, ‘자다 일어나 머리가 좀 눌린 상태로 나와도 좋겠다’는 의견을 내서 그렇게 했어요. 인천에서 촬영할 때는 세수도 안 하고 찍었는데, 그런 게 남순이를 표현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주얼적으론 별로였지만, 스스로에게 ‘상우 니가 제일 멋있게 나왔어’라는 말을 해줬습니다. 하하.”

남순은 어릴 적 교통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그 충격에 몸의 통증을 못 느끼게 된 인물이다. 자해를 가하며 채무자들을 위협해 돈을 받아내는 일로 먹고살던 그는 어느날 자신과는 반대로 작은 상처조차 치명적일 수 있는 혈우병에 걸린 여자 ‘동현’(정려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친구’ ‘태풍’ ‘사랑’ 등 남성적인 영화로 유명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멜로영화여서 더 눈길을 끈다.

영화에서 권상우는 맞는 일로 먹고사는 인물을 연기해야 했던 탓에 촬영 중 그야말로 실컷 얻어맞았다. 스턴트신도 본인이 직접 소화해냈다.

“보시는 것보다 더 많이 얻어맞았죠. 편집과정에서 많이 잘려나간 게 아쉽네요. 실제 맞아가며 찍은건데. 그래도 잘 맞아서 큰 부상은 없었어요. 얼굴이 늘 부어 있었는데 그렇게 보이는 게 영화를 위해서는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이 말에 놀라는 주변을 의식한 듯 순발력 있게 한마디 덧붙이며 웃음을 끌어낸다. “저한테 그 정도는 액션이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내가 딱인 것 같았다는 그는 “유년시절 입체적인 경험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는다. “생후 6개월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 일 나가시면 외롭고 불안한 시간을 보냈죠.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땐 친척집을 전전했고. 이런 것들이 많이 쌓여서 연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남순은 제가 제대로 한번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지금까지 권상우 하면 ‘말죽거리 잔혹사’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떠올렸겠지만 이제는 대표작으로 ‘통증’을 먼저 꺼낼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곽경택 감독의 원래 색깔이 진하게 배어나는 남성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권상우는 새 영화 ‘통증’을 통해 ‘멋’보다는 여러 장르에 유연성을 갖춘, 작품으로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스튜디오 리베 제공
권상우는 배우 이전부터, 배우 데뷔 당시 그리고 톱스타가 된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에게 운명처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상처만 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여유’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프로필이 배우로서 매력이 있네요”라고 받아치며 “쉽게 안죽어요”라고 쐐기까지 박는 재치가 이를 입증한다.

그는 예전보다 책임감을 더 느끼는 듯 보였다.

“한국 나이로 36살, 가정도 꾸렸고 영화 10편의 주인공을 했고, 그러니 이제는 연기로 감동을 드려야 할 때입니다. 관객을 만족시키는 폭도 넓혀야 하고요. ‘연기파’와는 정확히 일치되는 배우가 아니지만 여러 장르에 유연성을 갖춘 배우가 되어야죠. 군 제대 후 데뷔해서인지 인기는 덧없고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걸 압니다. 

또 제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했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웠습니다. 전 이순재 선생님처럼 평생 연기를 할 재목은 못 됩니다. 다만 제가 자신 있게 보여 줄 수 있는 게 남아 있을 때까진 연기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빨리 많은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은 이 때문이죠. 모든 작품이 다 잘 됐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하진 않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또 좋은 작품을 만날 테니까. 작품으로 인정 받는 게 가장 빠르게 ‘진정한 배우’가 되는 길입니다.”

그는 최근 해외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다. 청룽과 함께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도 출연키로 해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간다. 내년 4월까지 촬영할 예정이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니 아무래도 액션이 되겠죠. 무술도 이제 진짜 열심히 연습해야 하고, 동양인이 가진 매끈하고 날렵한 몸짱을 만들어야죠. 막상 닥치면 오기가 발동해서 더 잘할 수 있어요.”

일본에 이어 중국,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지금, 그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해외활동도 한국에 뿌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면 해외활동은 제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했을 겁니다. 내공이 낮으면 해외에 나가도 금방 한계가 드러나요. 올해는 씨를 뿌리는 단계입니다. 중화권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고 미국에서도 종종 저를 찾는 배우가 되어야죠. 그리고 50대쯤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어머니에게 시간을 할애하면서 살고 싶어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으니까, 더 늦지 않게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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