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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통증’,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곱씹게

입력 : 2011-09-02 01:37:27 수정 : 2011-09-02 01: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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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메시지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나 남자 친구를 위해 대신 죽을 수 있는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아내나 남편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가?

영화 ‘통증’은 사랑의 통증에 무감각해진 작금의 이기적 인스턴트식 사랑을 꼬집으며, 과연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감성 멜로’란 이름에 걸맞게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스크린에 제대로 풀어놓는다.

어린 시절 자동차 사고로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그 사고로 인한 후천적 후유증으로 통증을 느낄 수 없게 된 남자 ‘남순’(권상우)과 유전으로 인해 작은 통증조차 치명적인 여자 ‘동현’(정려원)이 나누는 강렬하고도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다.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둘은 함께 꿈을 꾼다. 오래 오래 살고 싶다는, 어쩌면 이뤄지기 힘든 소원을 빈다.

남순은 범노(마동석)와 2인조를 이뤄 빚 독촉에 나섰다가 무턱대고 대드는 채무자 동현(정려원)의 대담한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다. 남순은 자신과는 달리 조그만 상처에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혈우병 환자 동현에게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동현에 대한 생각을 키워 가던 어느 날, 남순은 집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는 동현에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한다. 의지할 곳 없이 오로지 자신만을 믿으며 살아온 두 남녀는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어 간다. 

남녀 주인공의 감정이 애매하다거나 이야기를 일부러 꼰 대목이 없어 관객은 영화를 쉽게 편히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가 성기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톱스타 권상우의 인기나 곽경택 감독의 흥행 파워에 기대지 않은 점도 장점이다. 애써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소리 없이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며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극단적인 소재만큼이나 극단적인 상황으로 마무리짓지만, 과정은 밑바닥을 헤매는 청춘, 불치병,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따라서 의외성이 주는 놀라움이나 깜짝 반전은 없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서사의 힘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덕을 지녔다.

그간 선 굵은 남성 영화를 주로 연출해 왔던 곽 감독은 이번 ‘통증’을 통해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처음으로 극중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남자 주인공과 동일하게 가져갔다. 기술적인 터치는 여성 감독의 그것만큼이나 섬세했다. 또 부산이 아닌 서울로 무대를 옮겨 홍대와 명동, 남대문, 종로, 아현동 일대, 그리고 지하철까지 화면에 담아내며 진하고 깊은 드라마에 감각적인 영상을 입혔다.
‘통증’은 인기 만화가 강풀의 원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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