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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문화 FOCUS] 재벌(財閥)의 탄생과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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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8-30 10:11:38 수정 : 2011-08-30 10: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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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란 단어는 원래 일본에서 유래됐다. 財閥(ざいばつ, 자이바츠)는 메이지시대에 만들어진 저널리즘용 용어로 학벌(學閥)·번벌(藩閥)과 같은 파벌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였다. 애초에는 재계 종사자들의 공동사업 행위를 이르는 말로 쓰였다가 후에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같은 이들의 지배하에 영위하는 업체를 재벌이라고 부르게 됐다.

일본의 재벌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패망과 함께 맥아더 군정에 의해 해체된다. 군정은 재벌을 정의하길 ‘특정한 가족 또는 동족의 봉쇄적인 소유·지배체제 아래에서 전개된 다각적 사업 경영체’라고 정의했다. 정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재벌은 일족이 봉쇄적으로 여러 사업을 영위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일본 재벌은 3단계에 걸쳐 형성된다. 먼저 에도시대와 메이지유신 초기 경영기반을 확립한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야스다 △코가 △카와사키 △후지타 재벌들을 ‘구재벌 내지 기성재벌’로 분류한다. 그리고 메이지유신 중기에 시작된 다이쇼(大正) 시대와 1차 대전 직후 군부의 아시아진출에 적극 참여해 비약적 발전을 이룬 ‘다이쇼 재벌’이 있다. 스즈키·쿠하라·가와사키 재벌 등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 유형은 만주사변 전후부터 중일전쟁을 치르면서 급성장한 △닛산 △일본소다 △일질 등의 ‘신흥재벌’을 일컫는다. 이들은 다시 △종합재벌 △금융재벌 △산업재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금융 △산업 △해운, △제조업을 모두 소유한 구재벌인 △미쓰이 △미쯔비시 △스미토모가 종합재벌로 분류된다.

은행·신탁·보험업에 집중한 금융재벌로는 △야스다 △가와사키 △노무라 등이 속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재벌에는 △아사노 △코가 △오오쿠라 등 신흥재벌이 많이 속해 있다. 日 재벌이 만들어진 19세기 중반 메이지시대는 일본에서 자본주의가 형성된 기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본 재벌은 2차 대전 패망까지 약 1세기 가량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정의 재벌해체는 단호했다. 먼저 재벌의 지주회사를 해체하고 자산을 꽁꽁 묶었다. 그리고 재벌경영인을 숙정해 자리에서 내쫓고 상호(商號) 사용을 금지시켰다. 경제력분산법을 제정하고 재벌주식을 일반인에게 공매했다. 또 독점금지법과 카르텔해체법을 만들어 재벌을 완전히 해체시키기 위해 주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의 주권회복과 함께 재벌해체 정책이 폐지되거나 완화됐다. 이 때 재벌들이 변신한 것이 기업집단이란 형태의 새로운 지배적 자본이다. 기업집단은 상호간 주식소유와 주거래 금융기관의 주식소유를 통해 경영을 견제를 통해 균형과 협조를 유지 및 상호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일본식 경제구조를 만들었다.

재벌 해체는 일본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었다. 가족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업제도인 법인자본주의를 도입함으로써 기업의 체질을 강화시킨 결과다. 특히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킴으로써 카르텔 및 콘체른 등을 해소시켰다.

오늘의 일본 경제 저변에는 재벌을 해체시켜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는 점령군의 정책이 있었다. 물론 점령군의 정책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日 경제의 경쟁을 촉발시켜 경제 대국으로 만들었다. 아이러니하지만 묵직한 메시지가 남는다.

유성호(문화평론가·에콘브레인 편집장, shy19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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