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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마에 에이지 지음/송병권 옮김/평사리/1만8000원 |
“남한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을 점령한 맥아더사령부(GHQ)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미 태평양군 총사령부로서 한반도 남쪽을 점령한 하지 사령부를 지휘했고, 둘째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부로서 한국군을 지휘했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당시 GHQ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정경모는 자신과 더불어 장리욱, 오천석, 황진남, 박형규, 문익환 등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책은 1945년 8월 태평양전쟁이 종결되고 일본이 패망한 직후 6년간 활동한 맥아더사령부를 설명한다. 일본을 점령한 맥아더사령부는 GHQ를 통해 천황제 일본을 평화헌법체제로 탈바꿈시키는 실험에 돌입하고, 한반도를 소련의 야욕에서 벗어나도록 방어하는 활동을 수행했다. 이 책은 GHQ 성립 과정과 조직 형태, 정책 결정 과정과 인물의 이력까지 면밀히 밝힌다. 한국전쟁에서 초기에 GHQ의 활동도 간략하나마 서술하고 있다.
특히 일본 극우세력이 사활을 걸고 바꾸려 하는 ‘일본국 헌법 제9조’, 일명 ‘평화헌법’의 제정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일본 천황의 패망 선언과 함께 미군은 일본 본토를 점령했고, 전범재판을 비롯한 전후 처리와 함께 평화헌법 개정 등 모든 개혁을 단행한다. 새로운 일본을 만들었던 본부가 맥아더의 GHQ다. 남한에서 3년간 활동한 미군정 역시 GHQ의 직접 지시를 받은 하지 사령부였다.
남한의 국체와 정치 일정 및 민생까지 모든 것을 결정한 미군정은 GHQ의 승인 아래 집행했다. 남한의 초기 건국 과정을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데 이 책은 유용할 것이다. 저자는 도쿄경제대학교 교수로서 일본 미점령기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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