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는 리더의 조건 중 하나로 결정 능력(Edge)을 들은 바 있다. 다음에 두고 보자는 식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물론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 할 과제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빠른 결단을 내리고 실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답이 없다고 하는 최근의 경영 상황에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딜레마다. 그렇지만 최고의 경지란 늘 이러한 모순을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이정(博而精)이란 말이 있다. 일을 할 때 ‘넓게도 보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세상의 일이란 어느 리더십 강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넓게 보아야 합니다” 혹은 “세세하게 보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한 가지 주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우주의 미래가 내 한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접지 말되,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걸 비웃어라. 이처럼 진지한 유희의 정신이 살아 있고 근심과 겸손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사람은 어딘가에 전념하면서도 무심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은 때로 글로벌을 지향해야 하는지, 국내 사업에 보다 열중해야 하는 지를 고민할 때가 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의 모스 캔터 교수는 350개 선도 기업의 경영자들을 인터뷰 한 후, “글로벌화와 로컬화라는 상반된 목표를 절묘하게 조화”한 것이 공통점이라는 것을 발견 했다고 했다.
명품의 정의는 무엇일까? 일본의 야마다 도요코는 ‘메이드 인 브랜드’에서 “명품 경영은 브랜드의 전통이라는 ‘영원성’과 유행이라는 ‘순간의 빛’ 사이를 오가는 외줄타기”라고 했다.
현대 소비가치의 핵심도 모순의 공존에 있다고 한다. 복잡한 기능을 작은 기기에 담아야 하고, 복잡한 성능일수록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스타일의 자동차, 맛있고 영양이 있으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책을 전혀 안 읽는 것도 나쁘지만, 독서행위 자체에 함몰되는 책벌레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전자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행위 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행동은 없고 현실에서 동떨어진 생각으로만 치우치게 된다. 진짜 책읽기는 이런 극과 극 사이의 중간에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씨는 “어느 공연이든지 약간의 떨림은 있어야 해요. 떨림이 없으면 그것도 공연에 안 좋아요. 그러나 너무 떨면 실수가 많고, 너무 편안하게도 할 수 없고, 그것을 잘 조절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토머스 데이븐 포트는 그래서 “훌륭한 의사 결정이란 ‘과학과 인문학의 조화’, ‘분석과 직관의 조화’에서 태어난다”고 했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쉽지 않은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책을 한 권 밖에 읽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고도 했고, 성공한 사업가란 부의 세계와 감옥 사이의 담장 위를 걷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상은 모순으로 차 있다. 성공하여 멋있게 보이는 최고 경영자들의 의사결정이란 단순하고 확신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이러한 고뇌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김학재 mindset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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