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문헌들 상당수 소실됐거나 보관된 곳조차 모르는 경우 많아”
올해는 고려 현종 때 거란의 침입을 불력으로 물리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 발원 1000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 불교를 세계에 널리 알릴 자랑거리인 대장경 관련 행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남 합천 해인사는 9월 23일 해인사 일대에서 개막하는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에 앞서 18∼20일 대장경 이운행렬 재현 행사를 펼친다. 18일 해인사에서 대장경 이운행렬 고불식(告佛式·부처님께 고하는 예식)을 봉행한 뒤 19일에는 서울 조계사에서 ‘대장경 천년 국민 대통합 기념식’을, 20일에는 고령 개경포와 해인사에서 대장경 이운행렬 장경각 봉안의식을 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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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재현된 대장경 이운행렬. |
김 원장은 불교를 서양철학, 생태학, 인지과학 등 다른 학문과 연계하며 불교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불교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록유산을 찾아내 현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민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3월 15일 불교문화연구원장으로 취임한 김 원장은 3개월 동안 한국 불교 세계화를 위한 기본 문헌을 집대성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소실됐거나 실물이 존재하는 곳조차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국가의 재정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초조대장경 발원 1000년을 맞이했음에도 한국 불교가 일본 불교에 비해 세계에 덜 알려진 것은 기록 유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침과 전쟁 등으로 교장(목록)에는 존재하지만 실물이 없는 게 많고, 대다수는 일본에 있거나 개인이나 사찰 어딘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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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원장은 “불교의 기록유산은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인 만큼 불교계뿐 아니라 국가가 보존과 세계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그가 말하는 ‘통합대장경’이란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 한문, 한글, 영어, 일어 등으로 동시에 문구를 대조할 수 있는 그야말로 완결판 대장경이다. 김 원장은 “팔만대장경이 이전의 중국 송대와 거란판 대장경에 우리 것을 가미해 태어난 것처럼 통합대장경에는 각 나라 불교의 특색적인 부분이 포함된다”면서 “오랜 세월이 걸리고 방대한 작업이지만, 우선 한국불교전서 역주 등 우리 것을 현대화하고 보급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불교문화연구원에서는 2007년부터 323종(14권)의 우리 불교의 전래 문헌 전체를 번역, 주석, 해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1차분 7권이 출간된 데 이어 올해도 7월 중 7권, 연말 5권을 포함해 모두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성과라면 성과다. 하지만 김 원장은 “한국불교전서 323종 가운데 번역을 마친 것은 20%에 불과하고, 출간한 것은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는다”며 “더 많은 전문 인력과 재원이 투입돼야 한국 불교 세계화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불교학을 한국학의 범주에서 연구할 것과 대중적인 활용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영화나 만화, 스토리텔링의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불교 설화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원천 자료와 이를 일반화하기 위한 중간 가공 단계가 부족한 형편인 만큼 현대적인 활용법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불교가 잠시 정체된 시기가 있었지만 불교의 기록유산은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불교계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가 발벗고 나서야 하는 것이죠.”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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