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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은행 텔러(창구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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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13 21:00:35 수정 : 2011-06-13 21: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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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초기인 1998년 이전에 은행을 찾았던 사람들은 사춘기 티가 가시지 않은 앳된 모습의 창구 여직원(텔러)을 기억할 것이다. 은행 텔러는 은행의 최일선인 창구에 근무하면서 은행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상대로 입금과 출금, 송금, 카드 등의 일반적인 업무를 한다. 필요할 경우 상담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도 한다. 텔러가 잘해야 은행 실적도 올라간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텔러의 역할은 중요하다.

은행 텔러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여상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여상 출신들의 전유물이었다. 대졸 출신보다 상대적으로 고객에게 친절하고, 고교에서 배운 금융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업무처리를 꼼꼼히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은행에서는 심성이 곱고 일을 잘하는 여상 출신을 텔러로 ‘모셔오기’ 위해 서울여상과 동구여상 등 전국 명문 여상의 문을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교장과 담임교사를 상전 모시듯이 했다. 이들의 허락을 얻어 졸업도 하기 전에 우수인재를 ‘입도선매’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전국의 명문 여상에는 중학 성적이 반에서 3등 안에 들어야 원서를 낼 정도로 수재들이 몰렸다.

이렇게 상종가를 치던 명문 여상 출신 텔러들이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하나 둘 ‘비운(悲運)’의 텔러로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외환위기 이후 닥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회오리 속에서 일부만 남고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대신 대졸 여성들이 텔러로 등장했고, 은행들은 고졸을 신규 채용할 여력이 없어 더 이상 여상 출신들을 뽑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이 최근 서울여상과 천안여상, 인천여상 등 전국 20개 전문계 고교에서 각각 1명씩 20명을 선발했다고 한다. 반갑고 신선한 소식이다. 전문대 이상 대학 진학률이 82%로 세계 최고인 상황에서 신입사원 15%를 우수 고졸생으로 선발한 것은 백번 칭찬해도 부족하다.

학벌·학력 중심사회 타파는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은행같이 몸소 실천할 때 가능하다. 기업은행의 고졸 채용이 다른 금융기관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원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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