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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실명까지 거론… MB정부 정조준 ‘정치적 선전포고’

입력 : 2011-06-02 08:42:05 수정 : 2011-06-02 08: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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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 비밀접촉' 폭로 왜 “남한 정부를 향해 날린 메가톤급 정치 공격이다.”(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

북한이 1일 국방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남북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한 것은 국내외 여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가 줄곧 주장해 온 ‘원칙 있는 남북관계’의 근간을 흔들면서 미국과 중국의 남북관계 개선 권고에 대한 거부의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보도는 지난달 30일 발표된 국방위 대변인 성명의 후속조치로 보인다. 당시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면서 “이명박 역적패당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거족적인 전면공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남북 비밀접촉에 대해 참석자 실명까지 거론하며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관계의 관례를 깨면서 남한 정부를 정조준해 비난한 이번 발표는 남측에 대한 ‘정치적 선전포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위 대변인의 잇단 강경 발표는 우리 군이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의 얼굴을 사격훈련 표적으로 활용한 사실이 전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남남 갈등을 노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과 비밀접촉에 대해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면서 대화 추진의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북측은 이날 보도에서 “돈봉투를 내놓았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거론하지 않겠다며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제안했다”며 이를 반박했다. 남한 내 보수층의 분열을 꾀하고 장기적으로는 2012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북소식통은 “남북 간에는 접촉을 먼저 제의한 주최 측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관례가 있다”면서 “북측이 이를 ‘유혹’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일방적 주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남북 간 비밀접촉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문답을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방중 직후 이어진 대남 조치라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올 초부터 파상적인 대남 대화공세를 벌이다가 4월 중순 이후 남북 간 합의된 접촉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산시켰고, 김 위원장 방중 이후 대남 강경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중국측 지원 보장을 받고 이에 따른 자신감에서 대남 압박에 나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번 발표를 통해 북측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배제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면서 “실무 차원의 접촉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남북관계는 쉽사리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대북소식통은 “이번 발표는 단순 폭로인 만큼, 군사적 행동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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