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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백청강 신드롬’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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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5-26 14:32:55 수정 : 2011-05-26 14: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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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청년 백청강 신드롬을 다룬 기사(세계일보 25일자 2면)가 나간 뒤 인터넷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취재를 하면서는 듣지 못했던 여론에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댓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보이스 피싱 등 각종 피해사례를 들추며 “조선족 믿지 마라, 그렇게 당하고도 조선족을 응원하냐”는 내용과 “조선족이라는 것을 내세워 백청강을 깎아내리려는 저의가 무엇인가”라는 댓글, “댓글에서 우리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럽다. 백청강과 조선족이 댓글을 안 봤으면 좋겠다”는 부류의 글이었다.

김수미 문화부 기자
우리는 이미 ‘슈퍼스타K 2’의 주인공 허각을 통해 외모나 조건보다는 실력으로 성공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대중의 뜨거운 열망을 목격했다. 그런 의미에서 백청강은 허각과 다를 바 없지만, 그가 조선족 출신이라는 점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 무의식 중에 어눌한 말투의 조선족을 무시하거나 경계심을 갖던 사람들도 백청강의 노래를 들을 때만큼은 그 편견을 내려놓았다는 점이다.

백청강 한 사람으로 인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백청강과 상관없이 조선족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댓글들을 접하고 나니 씁쓸함이 밀려왔다. “조선족과 백청강을 엮어서 백청강을 떨어뜨리려는 겁니까”라는 항의성 이메일을 받고 조선족의 피해의식이 좀 심하다 싶었지만, 지독한 편견과 적대감이 계속되는 한 그런 피해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한 네티즌의 의미심장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뉴욕에서 어느 분이 장문의 글을 써 보냈더이다. 청강이 팬이면서 미국에서 응원할 길이 없다고. 그런데 조선족, 보이스 피싱, 범죄 운운하며 한 청년의 꿈을 짓밟는 것을 보고 제발 조승희 사건을 기억해 달라더군요. 총기 사건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지만 미국에서 한국인들을 성토하는 글은 어디에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아시아, 남미를 넘어 유럽에서 K-팝 신드롬이 일고 있는 요즘이다. 민족과 종교, 언어 따위는 따지지 말고 그저 가수와 노래 자체를 평가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들처럼.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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