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3김(金)의 운명
5·16 주역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참패하면서 정계에서 은퇴했다. 2008년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3개월여 만에 퇴원했지만 최근까지도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5·16 세력에 맞서 민주화 시대를 이끌었던 현대 정치사의 ‘거목’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시간의 힘을 거스르지 못하고 2009년 8월 서거했다. DJ, JP와 함께 ‘3김 시대’를 열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만 홀로 남아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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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들과 함께 1961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육사생의 5·16 쿠데타 지지 퍼레이드를 당시 박정희(가운데) 소장과 박종규(왼쪽) 소령, 차지철(오른쪽) 대위 등 혁명군이 지켜보고 있다. |
◆여전히 논쟁 중인 5·16 평가
일단 5·16에 대한 명칭부터 엇갈린다. 성격 규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쿠데타’와 ‘혁명’이 맞부딪친다. 여론의 대세는 쿠데타이나, ‘혁명’을 고집하는 보수 일각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5·16 평가에 대한 움직임과 충돌은 정치권에서 두드러진다. 야권 인사가 주축이 된 민주복지포럼(상임대표 이부영)이 16일 개최하는 ‘5·16쿠데타 50돌 학술대회 자료집 출판기념회’는 그 일례다. 이 자리에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을 주제로 진보 진영의 평가가 결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념회에 앞서 15일 배포된 원고에서 강연자로 나서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경제지상주의에 기대 박정희의 군사반란과 헌정질서 파괴, 인권유린과 정보정치를 용인한다면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토론회에서 나온 전상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부국이 된 것은 박정희 시대의 공적으로 정확히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간 인식차가 뚜렷하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4·19 이후 장면 민주정부가 수립한 것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산업화가 있었기에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민주주의 운동이 일어난 측면도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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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 개통 박정희 정권이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밀어붙여 착공 2년 5개월 만인 1970년 7월7일 완공한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 전 구간 개통 축하행사의 한 장면. |
◆박정희 논쟁과 2012년 대통령선거
‘박정희 논쟁’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차기 유력 주자로서 박 전 대통령의 유산을 넘겨 받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자연히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등 야권은 ‘박정희=독재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해 박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로 몰아붙일 게 뻔하다. 당내 경선에서도 경쟁자의 거센 공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그간 여러 차례 밝힌 대로 “박 전 대통령 통치에는 공과가 있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화 운동 억압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산업화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향후 대선 가도에서 라이벌 공격이나 박 전 대표의 5·16 시각은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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