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로 치면 빈티지 패션에 맑은 날에도 장화를 신고 다닌 이 사람들은 누굴까. 다름 아닌 이규상의 장대장전(張大將傳)에 나온 ‘검계(劍契)’에 대한 묘사다. 이규상은 “서울에는 오래전부터 무뢰배들이 모인 것을 ‘검계’라 했다. 검계는 옷을 벗어 몸에 칼을 찬 흔적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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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시대인 18세기 한양에 살고 있던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EBS 다큐프라임―한양의 뒷골목’. |
제작진은 “영조 즉위 초(1728년 전후)를 배경으로 민초들의 삶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봤다”고 소개했다. 저잣거리 문화가 출현하는 시기라 오늘의 한국인들이 즐기는 문화적 코드가 그 당시에도 발견돼 흥미롭다.
26일 방송에서는 검계 이야기가 중심테마다. 최근 사극에도 등장하면서 마치 서민들의 사회운동 집단처럼 묘사됐던 이 조직은 사실 조선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던 조선판 조직폭력배였다. 당시 검계는 군사조직에 가까운 조직과 규율을 갖추고 있었고, 사실상의 기방운영자인 왈자들과 한패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료에 따르면 “쓰는 재물은 전부 사람을 죽이고 빼앗은 것이다. 양가 부녀자들이 겁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대개가 호가(豪家)의 자식들이어서 오랫동안 제압할 수가 없었다. 장대장이 포도대장으로 있으면서 검계 사람을 완전히 잡아 없애고 발뒤꿈치를 뽑아 조리를 돌렸다”고 돼 있을 정도다. 드라마 속 검계는 극을 재밌게 하고자 꾸며낸 허구에 가까운 셈이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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