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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창조의 기쁨주고 언어를 통해 생을 성찰

입력 : 2011-05-20 20:21:24 수정 : 2011-05-20 20: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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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에세이집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본것을 쓰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쓰게하는 삶의 저자”
詩에 대한 옹호와 삶에 지친 모든이에게 희망 심어
“시라는 것은 제가 본 것을 쓰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쓰게 하는 제 삶의 저자죠. 또 시인이란 가장 의연하게 고독을 견뎌내는 사람들이고요.”

최근 에세이집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열림원 펴냄)를 펴낸 시인 천양희(69)씨에게 ‘도대체 시는 당신에게 무엇인가’라고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철철 넘치는 ‘시인 정신’이다.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5년 등단한 이래 45년째 시를 써온 천양희 시인이 최근 에세이집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를 펴냈다. 그는 책에서 시에 대한 옹호와 함께 힘든 이들을 위한 희망의 위무를 보낸다.
열림원 제공
천 시인은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5년 등단한 이래 45년째 시를 써왔다. 시집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등으로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받기도 했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산문집은 시와 한평생을 살아온 그의 삶을 증명하는 것이자, 오늘의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미리 나온 그는 스카프를 두르고 조곤조곤 얘기했지만, 시와 문학에 대한 열정만은 숨길 수 없는 여전히 ‘문학소녀’였다.

―산문집은 어떻게 내게 됐는지요.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모은 것도 있고, 쓴 글을 수정한 것도 있으며, 새로 다시 쓴 것도 있어요. 1970년대 시인 김민정, 진은영씨를 소개하는 글 등은 다시 쓴 것이고요.”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은 시에 대한 열정, 옹호와 찬사를 담은 것 같습니다.

“사실 시는 제 힘인 동시에 숨쉬기이고, 생활이고, 치유입니다. 남을 치유하면서 저를 치유하는 것이죠.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요. 창조의 기쁨을 주고 언어를 통해서 생을 성찰하게도 해주죠.”

―“잘 살기 위해서 시를 쓴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언제나 하는 얘기이지만, 누가 저더러 ‘왜 시를 쓰느냐’고 하면 ‘잘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그것은 시로써 저를 살린다는 뜻이죠. 저는 시를 쓸 때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덜 외롭기 때문이죠.”

그는 크게 5개 장으로 이뤄진 에세이집에서 시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지치고 힘든 이들을 향해 ‘희망’을 노래한다. “오늘은 여생의 첫날”(제2장 제목)이라며 희망을 품고 세상을 사는 법도 담았다.

시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간 이발소에서 처음으로 본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를 떠올리며 삶에 지친 이들을 다독인다.

“아직 밝지 않은 수많은 날이 있듯, 오늘은 또 우리를 속이겠지만 내일은 오지 않은 희망처럼 우리를 믿게 할 것이다. 희망을 줄 듯 말 듯 속이는 삶을 어쩌면 우리는 더 사랑해서 그 끈을 질기게 잡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끈을 내일에 묶고 마음은 내일에 살고 싶어서 말이다.”(167쪽)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난 천 시인은 박두진 시인에게 시를 배운 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1983년 첫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를 시작으로 점점 밀도가 높아지는 시를 써왔다. 그는 이에 대해 “삶과 인생의 깊은 체험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완성된 그의 대표시 ‘직소포에 들다’가 그 예.

1977년 7월. 사랑과 삶의 좌절 등으로 죽음을 생각하던 그는 신문에서 본 ‘직소’라는 단어에 끌려 신문 한 장 들고 버스를 타고 전북 부안 내변산 직소폭포를 찾았다. 위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올려다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눈을 감았는데, 이번에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죽을 만큼 살았느냐, 젊은 네가 왜 죽으려고 하느냐.’

놀라 눈을 떴지만 아무도 없었다. 홀연히 죽을 만큼 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폭포는 올라가지 않고 떨어지면서 소리쳤고, 그는 한동안 울어야 했다. 폭포 소리를 담고 그는 돌아와 13년 만에 다음의 시를 썼다.

“폭포 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중략)…폭포 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 박수 소리 같은 바위들이 몰래 흔들한다”(‘직소포에 들다’ 중에서)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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