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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식 시인·수필가 |
그뿐만이 아니다. 예식이 한창 진행되는 중인데도 식사가 제공돼 혼례식은 경건하거나 엄숙하기는커녕 산만하기 그지없다. 이 같은 의례는 우리 전통에도 없을뿐더러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풍습이다. 주례의 주문에 따라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는 순서에서 신랑이 장인장모에게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 절을 하는 것도 흔히 보는 광경이다. 누군가 시작한 이 과잉행동이 이제는 너도나도 따라하게 되었지만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예식장을 마치 동화 속의 왕자와 공주가 사는 성처럼 치장하고 신부가 곤돌라를 타고 입장하기도 하고 요란한 조명과 음향, 드라이아이스로 만든 안개와 비눗방울도 부자연스럽다. 이런 과장된 혼례식에 불상사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신랑에게 신부를 업고 식장을 돌게 하다가 허리에 부상을 입어 신혼여행도 취소하고 병원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상업주의에 물든 예식장이 만들어낸 억지 코미디로, 고객들이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 따라가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다. 남들이 하니까 그렇게 한다는 예식장 측의 대답에 대부분 하객들은 할 말을 잃고 만다.
새 가정을 꾸리는 신랑신부가 부모형제 친지 앞에서 그동안 양가 부모님께 감사하고 고마웠던 사연들을 고백하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왜 없는 것인지 안타까울 때가 있다.
개성을 앞세운 신세대의 결혼식에도 어느 정도의 변화는 필요한 것이고 또 젊은이들의 취향도 존중돼야 한다. 프랑스의 작가이며 비행가였던 생텍쥐페리는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고 걷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지금 선택된 배우자와 만날 확률은 거대한 백사장의 모래알보다도 더 작을 만큼 소중하다. 그런데 친구들과 나누는 연회에서나 있을 법한 경박한 혼례식을 바라보면서 결혼 후 이혼도 그렇게 가볍게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앞선다. 경건함과 진중한 결혼식 문화는 찾아볼 수 없고 날로 코미디처럼 희화화되어 가는 결혼식 풍속도가 부모세대의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박명식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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