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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신문활용교육)] 카이스트의 또 다른 논란 ‘100% 영어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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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4-17 21:03:45 수정 : 2011-04-17 21: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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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 국제화 명분 앞다퉈 도입… 자국어로 사유하지 못하면 미개인
카이스트(KAIST) 학생 4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 측의 ‘징벌적 수업료’와 100% 영어 강의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일고 있는 가운데 한 교수가 앞으로 우리말로 강의하겠다고 나섰다. 11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수리과학과 한상근 교수는 인터넷에서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가 우리말 강의를 하려는 이유는 영어 강의가 그나마 교수와 학생 간 인간적 접촉을 단절해 버리고, 삭막해진 학생들의 정서를 더 삭막하게 만들 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어 강의는 각 교수들의 선택에 맡기고 대신 졸업을 하려면 일정 학점 이상의 영어 강의를 수강토록 하는 등 졸업요건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서남표 총장은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명예로운 퇴임시기를 놓친 듯하다고 적었다. 한편 그의 우리말 강의 결심이 전해지자 한 동료 교수는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분명 많은 득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대표 대학인 카이스트에서 자기 나라 말이 아닌 영어로 100% 학문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라는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영어 강의를 들으면 영어실력을 빨리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은 더 클지도 모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과연 가능이나 하며 또한 의미가 있겠느냐”며 “모든 것에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4월 11일자

학생들의 잇단 자살을 계기로 ‘징벌적 수업료’와 ‘100% 영어 강의’ 등을 시행 중인 카이스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수와 학생들이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카이스트에서 재학생들과 교수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징벌적 수업료 제도와 함께 ‘100% 영어 강의’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카이스트는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서 총장은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선택’이라거나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연구대학은 언어적 장벽이 문제가 될 수 있고 특히 세계적인 석학들이 대부분 영어 논문을 발표하기에 그들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면 그만큼 이 분야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드러난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인문사회과학부 수업이 그렇다. 한국문학, 한국사 등의 수업도 영어로 진행되면서 학생도, 교수도 수업의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는 수업 준비에, 학생은 수업 내용에 대해 각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드러난 부작용 만만치 않아

영어 강의가 도입된 곳은 비단 카이스트만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학가에서 ‘국제화’ 바람이 불면서 대학들은 앞다퉈 영어 강의를 시작했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영어 강의를 늘려야 한다며 대학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영어 강의 늘리기’ 실적 경쟁을 해왔다.

‘교수 신문’에 따르면 고려대는 전체 2444개의 강좌 중 936개의 강좌가 영어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강의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많은 대학들은 대학에서 영어 강의를 강조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영어 공용화를 실시하겠다는 대학도 나오는 실정이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돼

대학(大學)의 사전적 정의는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곳’이다.

즉, 대학은 보다 높은 수준의 강의를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문을 배우는 데 목적이 있다. 이때 높은 수준의 강의는 결코 어떤 언어로 강의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강의의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지, 강의 내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하는지에 달려 있다. 대학들이 앞다퉈 영어 강의를 도입하면서 이것이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어 강의가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순 있지만 대학 교육 본연의 목표인 학문을 익히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는 강의를 하는 하나의 수단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학문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

지난 10일에는 실명을 밝히지 않은 카이스트 교수가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전 과목 영어 강의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 과학대표 대학인 카이스트가 자국어가 아닌 영어로 100% 학문을 한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라며 “고등 학문을 자국어로 배우지 못하고 외국어로 사유한다면 미개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11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10명 이상의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 대학이 영어 수업을 강제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 없다”고 비판했다. 학문의 발전은 새롭고 창의적인 발상과 상상력 그리고 이와 같은 분위기를 격려하고 독려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에 달려 있는 것이지, 영어 강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대학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정천 비상에듀 논술강사

■ 생각해볼 문제

1.포스텍과 같은 일부 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영어 공용화(公用化)’가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 맞는지 생각해보자.

2.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영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분야에서도 영어 능력 시험을 보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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