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통신은 이날 리비아 공군기들이 시위대가 장악한 벵가지 인근 지역의 무기고 2곳을 폭격했다고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전투기들은 벵가지에서 남쪽으로 100㎞ 떨어진 아드자비야의 무기고와 라즈마에 있는 군수품 저장소를 각각 폭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라타의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라디오 방송국을 공격하던 군용기가 오늘 아침에 격추됐다”며 “시위대는 군용기 승무원들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 세력은 군 기지의 일부만을 점령했고, 시위대는 무기고를 포함해 기지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며 “미스라타는 여전히 시위대의 지배 아래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스라타 인근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반군간의 교전이 이어졌다.
트리폴리 동부의 타주라 지역에서는 이날 시민 300∼400명이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공중으로 총탄을 쏘며 진압에 나선 카다피 세력에 쫓겨 강제 해산됐다고 로이터와 AP 통신이 전했다. 트리폴리 시내에선 간간이 총소리가 들렸으나 양측 간 충돌은 없었다.
반정부 시위대는 자위야에서 ‘카다피 퇴진’ 구호를 외치며 전의를 불태웠다. 시위대로 돌아선 전직 경찰관 2000여명을 포함한 반정부 세력은 자위야 거리 곳곳에 고사포와 탱크를 배치하는 등 교전에 대비하고 있다.
카다피 측은 “리비아는 평온하다”는 카다피의 주장을 증명할 목적으로 외신 기자들을 자위야로 데려갔으나 이 지역이 반정부 세력에게 장악됐다는 것만 확인시킨 꼴이 됐다. 자위야를 장악한 수백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중심가에서 “카다피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쳐댔고, 경찰서 및 정부기관 건물들은 불에 탔다. 거리 곳곳에 카다피를 비난하는 낙서가 남겨져 있었다.
카다피 진영은 자위야 외곽에 탱크와 대공무기 등으로 중무장한 채 진을 치고 있다. 자위야 서쪽 30㎞ 지점 해변도로에 카다피 지지자 3000여명이 모여 카다피 지지 구호를 외쳤다. 카다피 친위세력은 자위야에서 트리폴리로 통하는 도로에 6개의 검문소를 설치해 대비하고 있으며, 검문소마다 탱크를 배치했다.
카다피 진영은 홍보전도 병행하고 있다. 트리폴리 시민들에게 충성을 기대하며 가구당 400달러씩을 나눠주고 있다. 국영방송은 시민들이 줄서서 현급을 받아가는 장면을 내보냈다. 또 정부가 시민들에게 아파트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고 선전했다.
한때 휴전을 제의했던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리비아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살고 여기서 죽는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리비아의 모든 도시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현실과 언론 보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카다피 퇴진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카다피 측의 강경 어조에도 불구하고 세력은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EU의 귄터 외팅커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다피가 리비아 내 거의 모든 원전과 가스전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집트와 인접한 리비아 동부의 지중해 연안도시 토브룩 항구는 이날 다시 문을 열고 원유 수출을 재개했다.
김기홍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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