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영어 수업 ‘흥미 유발’ ‘실력 향상’ 두 토끼 잡아라

입력 : 2011-02-20 21:43:55 수정 : 2011-02-20 21:43:5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수업 발표회… 800명 제치고 1등급 받은 교사 3명 ‘영어’는 사교육 수요가 가장 높은 과목 중 하나다. 정규 교육과정으로 영어 과목을 배우기도 전에 선행학습으로 영어를 배우고 상당수 학생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는 영어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영어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 영어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신뢰도와 만족도는 여전히 낮다.

하지만 획기적인 수업 방식과 교수법 개발로 얼마든지 학교 영어의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교사들이 있다. 바로 지난 1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5회 영어수업 발표회’에서 효과적인 영어 수업 모델을 소개한 교사 3명이다. 이들은 전국 800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1등급을 받았다. ‘흥미 유발’과 ‘실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들의 영어 수업 노하우는 무엇일까.

◇경북 복주초등학교 남호정 교사가 ‘스마트(SMART) 교수법’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수업으로 표현력 극대화


스크린 위로 인기가수 소녀시대 9명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흘러나오자 호기심 가득한 눈빛의 학생들이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얼핏 보면 인기가수의 팬미팅 자리 같지만 영어수업 시간이다.

경북 복주초등 남호정(36·여) 교사는 속도(Speed), 영상(Movies & on-line Activity), 배치(Arranging Activity), 연상(Recalling), 문화(Traveling Cultures & Songs) 관련 활동의 앞글자를 따 ‘스마트(SMART)’ 교수법을 개발했다. 스마트 교수법이란 ▲속도감을 통한 적절한 자극 ▲재미있는 동영상 ▲단어와 문장의 재배치 ▲기억과 연상활동 ▲새로운 문화와 노래로 여행이라는 5가지 활동을 통해 영어 수업 흥미를 유발하고 영어 자신감을 키우는 수업방식이다.

이를테면 6학년 영어 교과서에 실린 ‘집에 갈 시간이다(It’s time to go home)’라는 단원을 가르치기 전에 소녀시대의 하루를 다룬 동영상에 일과를 나타내는 영어 표현을 녹음해 학생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영어문장이 적힌 카드를 두고 동영상이 나오는 동안 어떤 내용을 설명하는 카드인지 선택하게 하거나 유사한 문형을 이용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게 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교과서만으로 배울 때보다 학생들이 훨씬 효과적으로 표현을 익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교사는 “6학년 학생을 가르치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개발했다”며 “6학년은 저학년 학생과 달라 두뇌를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수업방식으로 진행할 때 효과가 더욱 높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수업 때마다 해당 단원과 관련된 영상과 음향 자료를 활용해 학생들의 영어 관심을 극대화했다. 교과서에 실린 영어 노래는 대부분 너무 쉽거나 학생이 지루해할 만한 곡이라는 걸 감안해 학생들 귀에 익은 팝가수 곡을 최대한 활용했다. 수업시간 이외에도 즐기면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교 홈페이지에 음악 파일과 가사를 정리한 자료를 올려놓고 틈틈이 따라 부를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영어 자신감이 늘어난 건 물론이고 전국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 미달이던 학생 10명이 모두 구제됐다. 남 교사는 “교사 영어실력이 곧 영어수업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력만큼이나 학생에 대한 열정이 중요하다”며 “교사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공교육으로도 얼마든지 학생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 관저초등학교 나효선 교사가 학생들이 영어 드라마를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드라마로 즐기는 수업


“학생이 직접 영어로 드라마를 만들어 연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영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대전 관저초등 나효선(27·여) 교사는 영어 수업에 드라마를 접목했다. 드라마 활동 교수법(DAT·Drama Activity Teaching)이다. TV 드라마를 보다보면 의식적으로 학습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기억되듯 수업에 드라마 요소를 도입하면 무의식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을 거란 발상에서다.

나 교사는 “드라마에는 언어적 요소뿐 아니라 몸짓이나 얼굴표정, 감정 등 비언어적 요소 등 실제 생활에서 의사소통하는 형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영어 드라마를 제작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나 교사는 자신이 맡은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단원마다 4시간 중 마지막 1시간을 드라마 활동으로 채웠다. 한 단원당 2∼6명으로 팀을 정해 점심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아이디어 회의와 대본 작성, 역할극 연습을 하도록 하고 이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수업시간에 보여줬다.

나 교사는 “1분가량의 짧은 동영상이지만 이를 만들어 편집하는 데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며 “하지만 수업 이외 시간을 투자해서 만드는데도 오히려 학생이 흥미를 느끼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졌다”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드라마 활동 이후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크게 늘었다. 영어에 흥미를 느낀다고 응답한 학생은 52%에서 96%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영어에 자신 있다’는 응답자도 45%에서 75%로 증가했다. 평가 결과 의사소통 능력도 향상돼 듣기에서86%, 말하기에서 66%, 읽기에서 72%의 학생이 80점을 넘었다.

나 교사는 “수업시간에 역할놀이를 준비해 시연하려면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올해부터 초등학교 5·6학년 수업시수가 1시간씩 늘어 환경이 나아졌다”며 “교사 의욕과 열정만 있으면 능동적 학생 참여를 이끌어내 학교 영어교육에서 충분히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늘푸른중학교 오수정 교사가 수업하는 모습.
◆광고·뉴스 기획으로 소통

“영어 수업의 효과를 높여주는 것은 ‘소통’입니다.”

경기 늘푸른중학교 오수정(37·여) 교사는 단원별 주제에 맞는 과제를 제시해 학생이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영어 사용 기회를 늘리고 흥미를 높일 수 있는 ‘과업중심 협동학습(Task-Based Cooperative Learning)’ 수업 모형을 개발했다. 교과 교육과정에 충실하되 교과서 내용만으로 자칫 학생이 수업에 지루함을 느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과제를 실생활과 관련 있는 활동으로 내 학생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줄 때 효과가 높다고 오 교사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학교 2학년 교과서의 ‘다른 공간, 다른 집들(Different Places, Different Houses)’이란 단원을 가르칠 때 집을 판매하는 영어 광고를 기획하도록 하거나 ‘멀리 여행을 떠나다(Traveling Far Away)’란 단원에선 여행 관련 뉴스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오 교사는 “단원 주제에 맞는 광고, 뉴스, 연극을 기획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영어 사용 빈도가 높아진다”며 “학생 각자에게 과제를 수행하게 할 수도 있지만, 모둠 활동을 하게 하면 상호작용을 통해 효과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의 84%가 가장 흥미로운 수업으로 모둠 활동을 꼽았으며 모둠 활동으로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응답도 76%에 달해 수업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오 교사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 수업보다 소통 가능한 수업일 때 학생이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며 “학생이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실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박주현 '깜찍한 손하트'
  • 있지 예지 '매력적인 미소'
  • 예쁜하트와 미소, 박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