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건조 中군사력 견제 역부족 ‘소문난 잔치 볼 것 없었다.’
지난 17일 발표된 일본의 ‘신방위계획대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신방위대강은 표면상 중국의 군사 팽창에 맞서 자위대의 전력을 크게 증강 재편하는 것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실상을 보면 기세만 좋을 뿐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링 위에서 상대(중국)에게 한판 붙자고 기세 좋게 두 주먹을 치켜들었으나 이미 다리가 풀려버린 ‘늙은 복서’를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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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 도쿄특파원 |
동적방위력을 위해선 잠수함과 전투기 등의 군비 증가가 필수적이다. 신방위대강은 해상자위대의 핵심 전력인 잠수함을 향후 5년간 16척에서 22척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언뜻 보면 새 잠수함을 만들어 추가 배치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취역 후 16년이 지나면 퇴역시켜왔던 잠수함의 퇴역 시기를 몇 년 더 늦춤으로써 보유 대수가 늘어나는 교묘한 ‘착시효과’를 노리고 있을 뿐이다.
신방위대강은 또 신형 전투기를 12대 추가 조달하겠다고 했으나 전투기의 ‘기종’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중국이 현재 일본의 주력기종인 ‘F-15J’에 대응할 수 있는 ‘수호이 전투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으로선 차세대 전투기(FX)의 도입이 절실하다. 일본은 당초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중인 ‘F-35’를 도입하려 했으나 개발이 지연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은 지난 방위대강(2005∼09년)에서도 새 전투기 7대 도입을 추진했다가 실현되지 못한 바 있다. 항공자위대는 오키나와 나하(那覇)기지의 F-15 부대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본토의 전투기를 오키나와로 옮기는 것일 뿐 전체 전력 증강과는 거리가 있다.
육상자위대 운용에서도 일본 정부의 고민이 엿보인다. 중국의 침공에 대비해 나하 주둔 제1 혼성단의 병력을 증강해 여단으로 만들 계획이다. 일본 자위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오키나와로 대거 병력 이동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 지역에 늘어나는 실제 병력은 300명에 불과하다. 1800명 규모의 제1 혼성단을 300명 증원해 2100명 규모의 여단으로 만드는 것일 뿐이다.
또한 육상자위대의 전체 병력을 현재 15만5000명에서 15만4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축소되는 것은 실제 병력이 아니라 문서상의 ‘정원’일 뿐이다. 현재 육상자위대의 정원은 15만5000명이지만 정원 대비 병력 충족률은 91%로 실제 병력은 14만1000명 수준이다. 육상자위대를 줄이고 해상, 항공 전력을 강화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눈가림으로밖에 안 보인다.
방위예산도 뒷걸음질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23조4900억엔(약 32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2005∼09년 기간의 투입액보다 7500억엔이 줄어든 액수다.
이번 신방위대강에서 실질적으로 강화된 것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에 대비하기 위한 미사일 방공체제뿐이다. 일본 내 3곳에만 배치됐던 패트리어트 지대공미사일(PAC-3)을 6곳으로 확대하고, 이지스함의 요격미사일인 SM-3를 현재 4대에서 6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 본토에 떨어지는 것을 막는 수동적 전력일 뿐 동적방위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결국 이번 신방위대강은 요란한 수사를 동원해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전력 증강을 표방했지만 장기 불황과 1000조엔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정적자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일본의 현주소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항공모함 건조까지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늙은 복서’ 일본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김동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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