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간부 직원은 “경제 논리를 떼놓고 생각해보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게 명분이 있지 않느냐”며 “고 정몽헌 회장과의 관계도 있고, 현대건설이 과거 ‘왕자의 난’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의 인수가 우리로선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자금력에서 현대그룹을 한 발 앞서는 데다, 새 주인으로 유력한 현대그룹이 5조원 이상의 다소 무리해 보이는 인수가격을 써낸 데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모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지면 결국 현대건설이 그룹의 현금 주머니 역할을 맡아야 하고 이 경우 현대건설의 경영실적 악화와 사업 경쟁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부장급 직원은 “5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하려면 상당 부분 외부 차입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승자의 저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현대건설이 올해 건설경기 침체와 주인 없는 ‘설움’을 이겨내며 3분기까지 전체 수주 목표액의 70∼80%를 달성하는 등 빼어난 성과를 거뒀지만, 현대차그룹 인수시 예상되는 그룹 차원의 막대한 공사 물량과 해외사업 연계로 시너지 효과가 없어진 데 대한 상실감도 커보였다. 시공능력에서 현대건설의 뒤를 바짝 쫓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인수가 성공했을 때 (현대건설의 1위 독주체제를 더욱 굳힌다는 측면에서 부담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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