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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이번에도?

입력 : 2010-11-16 23:08:31 수정 : 2010-11-16 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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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악화 우려 현대그룹주 폭락
현 회장 “자금 조달계획 문제 없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됐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이 현대기아차그룹을 제치고 승리했지만 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5조원이 넘는 ‘물량공세’로 현대건설을 품에 안았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알려지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문가들은 ‘승자의 저주’를 언급했고, 현대그룹 관련 주식은 폭락했다. 승자의 저주란 인수·합병(M&A)전에서 승리한 기업이 과도한 인수 비용으로 오히려 유동성 위기에 빠지거나 후유증을 낳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승자의 저주가 거론되는 것은 지나친 인수가격의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이사는 “이번 인수와 관련, 시장에서 예상한 프리미엄은 30∼40%였으며 지금까지의 M&A에서도 통상 프리미엄의 최고가격은 60%였다”며 “하지만 이번 인수가격은 시가의 배 이상이기 때문에 지나친 인수가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룹이 타당성 있는 자금조달 방법을 빨리 공시해서 시장의 공신력을 획득해야 한다”며 “자금 조달방법 등이 불확실해 당분간 현대그룹 관련 주식의 조정이 이어질 수 있고, 현대건설도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증시에서 현대그룹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상선이 하한가인 3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엘리베이터도 장중 하한가를 간신히 탈피한 6만4700원(14.87% 하락)에 장 마감했다. 현대건설 역시 하한가인 6만2200원에 마감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2.55% 상승한 1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기아자동차도 강보합인 5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승자의 저주를 거론할 정도로 현대그룹의 유동성이 취약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실적이 대폭 호전되고 있고 현대건설의 해외 사업 수주도 순조로운 만큼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광수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현대그룹이 비싼 가격을 불렀다는 것 자체만으로 ‘승자의 저주’를 말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현대그룹의 펀더멘털이 안정돼 있고, 건설업도 해외 수주가 안정적이어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그룹은 그룹 위상이나 규모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했다”며 “승자의 저주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변의 우려를 일축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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