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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칼럼] 검찰의 양날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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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1-09 17:43:47 수정 : 2010-11-09 17: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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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있는 곳에 징벌적 사정 당연
‘대포폰’ 등 산 권력에도 메스 대야
검찰, 참 바쁘다. 그리고 일단 매서워 보인다. 사정 칼날을 기업체와 이익단체를 넘어 정치권에 직접 들이대고 있다. 턱밑에 메스다. 그것도 동시다발로.

현재 진행 중인 수사는 한화·태광·C&그룹, 신한은행, ‘천신일씨’로 상징되는 임천공업에 이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와 농협 입법 로비 의혹 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연루된 국회의원 수만 모두 50명에 가깝다고 한다. 의원 총수 6분의 1에 해당한다. 청목회 관련해선 나흘 전 후원금을 받은 의원 11명의 사무실이 압수수색당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개국 이래 최대 잔치라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11∼12일 개최되고 나면 검찰은 곧바로 이들을 소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시적인 ‘수사 휴지기’에 잠자리가 편치 않을 것이다. 자칫 영어(囹圄)의 신세가 되는 인사들이 적잖을 수도 있다. 패가망신!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여야 표정은 다르다. 집권 여당은 “검찰의 과잉 대응”이라며 유감 표명 정도. 야당은 “정치 말살, 야당 탄압”이라며 소환 불응·검찰총장 탄핵 추진 등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명분은 약하다. 범죄 있는 곳에 징벌은 따라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게 법 정신일 터이다. 자신이 지은 선악의 결과에 따라 현세 또는 내세에서 행과 불행이 결정된다는 인과응보 법칙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식의 범주일 따름이다. 현행법은 개인이 아닌, 법인이나 단체가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내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번 일련의 수사에 명예를 걸어야 한다. 경계할 대목은 있다. 검찰이 수사 대상자의 반발을 사는 이유 중 하나가 공정성 시비임을 새겨야 한다.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적이 많았다. 더 이상 ‘전임 정권·미운 놈 손보기식’ 표적 수사 등으로 편파 수사란 얘기를 듣지 않아야 할 것이다. 검찰을 향한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법의 여신인 디케를 되돌아 볼 일이다. 두 눈을 감은 채 오른손에는 법전(원래는 칼)을,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모습 말이다. 법의 불편부당한 공정성을 뜻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댈 줄 알아야 한다. 이른바 ‘대포폰’ 사건의 재수사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 청와대의 연루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와 진술들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음에도 검찰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비선(秘線) 조직의 국정 농단과 ‘윗선 개입’ 여부를 명쾌히 풀어줘야 검찰 신뢰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당위성만 커질 수 있다. 검찰권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에 대한 견제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두 얼굴의 검찰’이라는 안팎의 자조와 비판을 자초할 일이 아니다.

집권층 또한 미적대다 한국판 워터케이트 사건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작지 않다. 중국 당 태종이 신하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정관정요에는 “옛날 일을 거울로 삼으면 흥망의 원인을 알 수 있다(以古爲鏡 可以知興替)”라고 경책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이 교만방자해져서 위기를 맞고 망하는 사태에 이르게 될 것을 염려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력 행사의 정당성 유지를 위해선 성찰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교훈이라고 하겠다. ‘미치광이도 뉘우치면 성인이 되고, 성인도 반성할 줄 모르면 광인(狂人)이 된다’는 옛말의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그렇다. 언제까지 ‘정·관·재계 세트 사정’ ‘권력의 시녀 검찰’ 등 똑같은 걱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틀 뒤면 지구촌의 내로라하는 지도자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주관하는 나라가 아닌가. 국격(國格)을 생각하게 하는 오늘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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