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중에서 호랑이와 관련된 그림으로는 지난번에 살펴 본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작호도(鵲虎圖)를 비롯하여 군호도(群虎圖)와 호렵도(胡獵圖), 호피도(虎皮圖), 이묘봉인도(二卯奉寅圖)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번에는 이 가운데 호랑이가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그린 군호도(群虎圖)에 대하여 소개할까 한다.
호랑이는 단군신화에도 등장 할 만큼 우리 민족과 아주 친숙한 동물이다. 그래서인지 호랑이에 관련되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많다. 우는 아이를 멈추게 했다는 호랑이와 곶감이야기를 비롯하여 토끼와 호랑이 이야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호랑이의 용맹성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면,
'옛날 옛적에 여자 여럿이 모여 호랑이의 용맹한 근원을 알아보기 위하여 호랑이를 만났다. 여자들의 요사한 꼬임에 빠진 호랑이는, 그의 용맹이 수염에서 나오는 것임을 일러주었다. 여자들은 호랑이의 비위를 맞추어 주고는 수염을 얻어다가 남자들에게 주니, 이후 남자는 용기와 활력을 갖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수염이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호랑이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있듯이 호랑이가 민화에 등장하는 모습도 여러 가지이다. 때로는 백수의 왕으로서 위용과 용맹을, 때로는 보은의 동물로서, 때로는 부패한 관리를 상징하는 동물로 표현되기도 하고 액운과 잡귀를 막아주는 동물로 민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 현실적으로 호랑이 하면 가장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미지가 바로 용맹성과 위용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러한 호랑이의 이미지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그림이 바로 군호도(群虎圖)이다.
군호도(群虎圖)는 대게 아름답게 구부러진 노송 아래 어미호랑이와 새끼호랑이들이 함께 무리지어 있는 광경을 그린 그림으로서 호복차림의 오랑캐들이 호랑이를 사냥하는 장면을 그린 호렵도(胡獵圖)와 더불어 무관들이 자기의 위용을 나타내기 위하여 주로 군사시설이나 거처를 장식했던 그림이라 하겠다.
동물 중에 가장 용맹하다고 알려진 호랑이를 여러 마리 그려놓음으로써 그 그림으로 집안을 장식한 무관들도 호랑이만큼이나 자신들이 용맹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자랑했으리라. 요즘 같으면 군(軍)의 사단장(師團長) 또는 부대장(部隊長)등이 업무를 보는 집무실이나 살림집인 관사 같은 곳에 이러한 군호도(群虎圖)를 비치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오석환 yeill9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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