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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피아니스트 조지현 "작품성과 대중성의 '균형' 찾고 싶었죠"

입력 : 2010-09-29 00:12:48 수정 : 2010-09-29 00: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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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의 기획 독주회 시리즈 '피아노앨범' 대장정 마무리

 

“지난 9년은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음악 속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관객들에게는 음악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해준 갚진 공연들이었죠.”

몇년 전부터 다양한 주제와 기획으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이 인기다. 시리즈 기획 공연은 음악 애호가뿐 아니라 대중들도 눈길이 갈 만한 면면을 자랑한다. 그 가운데 피아니스트 조지현(단국대 교수)이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한 조지현의 기획 독주회 시리즈 ‘피아노 앨범’은 10회를 마지막으로 긴 여정을 마친다. '피아노 앨범'은 그동안 ‘환상’, ‘시’, ‘그림’, ‘춤’, ‘자연’, ‘사랑’, ‘가족’ 등을 주제로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들의 작품을 들려주며 큰 주목을 받았다.  

“매번 주제를 새로 찾는 과정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다양하게 음악에 접근해 볼 수 있었고 음악을 더 즐길 수 있었죠.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어요.”

‘피아노 앨범’이라는 기획 연주회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독주회를 계획했던 그는 뜻하지 않게 여러 곡들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시리즈 연주를 떠올리게 됐다. 첫 회 ‘환상속으로’에서 소나타와 환상곡이 결합된 곡들을 한꺼번에 모아 연주하며 '피아노 앨범' 그 첫발을 내딛었다.

첫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그는 다시 주제별로 곡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아이디어와 레퍼토리가 무궁무진해졌다. 음악을 수집하고 작곡가들의 자료를 조사하면서 늘 곁에 있던 음악이 새삼 가깝게 느껴졌고 음악회 무대에 오르는 것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뜻 깊었다.

“사실 이렇게 10년 가까이 길게 할 줄은 몰랐어요. 그냥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모아보자. 그렇게 1,2년이 넘어 가니 이왕이면 열 번을 채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매년 연주회를 준비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도 크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가족’을 주제로 했던 때다. 그는 “그동안 연주자는 늘 위대하고 멀리 있고 대단한 존재였지만 그들이 ‘가족’을 주제로 작곡한 작품을 다시 접하고 보니 한층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처음으로 무대에서 가족들을 생각하며 연주를 한 시간은 조씨에게 의미가 컸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르고 성장을 했다는 생각에 이제야 고마운 마음이 들었죠.”

그는 ‘도전’이라는 말에 손 사레를 친다.

“저는 도전 혹은 실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연주자라면 누구나 고민할 문제이지요. 무엇보다 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떤 곡을 어떻게 연주할까 하는 고민보다는 언제할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만 관객층을 어떻게 잡아야할지가 중요했죠.”

기획 연주회는 일반 독주회와 달리 무엇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이 필요했다.

“밸런스를 맞추면서 대중성도 고려를 하는 것,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공연에 의미가 커도 자칫 지루함을 줄 수도 있고, 너무 대중적인 기회를 선호하면 다소 시시한 공연이 될 수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것은 제 스스로 좋다고 느끼면 청중도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말이 없어도 박수에서 오는 느낌으로도 많은 힘이 되지요.”

28일 호암아트홀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무대의 주제는 ‘악흥의 순간’(Musical Moments)이다. 슈베르트, 라흐마니노프, 리게티의 선율로 채워진다.

“작곡가들 국적과 성향은 매우 다르지만 모두 너무 훌륭한 곡들입니다. 슈베르트는 투명하고 서정적인 만큼 매우 아름답고, 라흐마니노프는 대하소설 같은 드라마틱한 요소가 다분해 화려하고 기교적이에요. 리게티의 곡은 복잡하게 계산된 작곡 기법이 있는데, 듣기에 기계적인 느낌이 아니라 재미있고 독창적인 만큼 흥미롭게 들을 수 있죠."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시인 정현종의 시 낭송을 들을 수 있다. 정현종 시인은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시를 썼다. 조 씨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정현종 시인은 ‘다른 예술 분야와 공동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흔쾌히 승낙을 했다는 후문이다. 본인이 원래 음악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법. 조 씨는 곧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다시 관객을 찾는다. 오는 11월과 내년 3월에 슈베르트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지난 9년간의 시간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스스로도 기대감을 갖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음악 인생에서 하나의 시작이겠지요. 다음에는 어떤 시리즈 연주를 할지 구상 중이에요. 내년 이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만나 뵐 수 있겠지요.”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 사진 허정민 기자 ok_hj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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