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 팔순 잔치에 초대를 받아 갔었다. 그분이 다니시는 소속 교회 사람들과 딸, 사위도 같이했다. 오늘 팔순 잔치상은 그 교회분들이 주축이 되어 마련한 것이었다.

미국에 와서도 한국 예의를 잊지 않고 상을 차렸는데 아주 근사하고 멋있게 차렸다. 생일상에는 온갖 과일과 떡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밥과 미역국 그리고 국수도 있었다. 생일날 국수를 드시면 오래 산다는 한국 전통으로 국수를 준비 한 것 같다.
잔치가 시작되기 전 이분의 약력사를 들으면서 알게 됐는데 이분은 이화여대를 다니시던 중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셨는데 불행히도 37세에 남편을 먼저 저 나라로 보내고 홀로 되신후 미국으로 건너 오셔서 일편단심 흐트러짐 없이 세자녀를 훌륭히 키우시고 한 번도 재혼한 적이 없으시며 이제는 조용한 노후를 보내고 계셨다.
37세 혼자 되셨으면 한창 젊을 때인데 어떻게 그 외로운 세월들을 홀로 견디며 살아오셨을까? 이분을 만나 뵈면서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따라 갈 수 없는 인생을 살아 오신 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분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평소에 그분을 존경하고 따랐던 사람들이 뉴욕에서까지 찾아와 축하해주고 한국 장구까지 가져온 사람이 있어서 장구를 치고 울산아리랑, 어머님 은혜, 칠갑산 등을 부르면서 모두들 잔치 분위기로 흥겨운 한판이 되었다.
아마 그곳에 온 사람들 중 지금도 한국에 엄마가 살아 계신 사람들은 각자 친정엄마를 생각했으리라! 나도 한국에 계신 우리 엄마 생각을 하며 그리운 마음으로 다 같이 어머님 은혜를 합창을 할 때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불렀다.

팔순이신데도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으시고 참 정정하시고 건강해 보이셨다. 한가지 인상적이였던 것은, 생일날 국수를 드시면 국수가 밥보다 길어서인지 오래 사신다고 국수를 떠서 드리는 장면이었다. 나도 같이 마음으로 만수 무강을 빌어 드렸다. 그리고 손님들을 위해 부폐로 준비된 한국음식을 실컷먹고 축하객들이 앞에 나와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렇게 축하 향연에 분위기가 무르 익어가자 팔순잔치에 주인공되신 분도 같이 일어나셔서 춤을 추시고 행복해 하시는 걸 보면서 한국에 계신 우리 엄마모습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조용히 춤을 추시던 모습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 동양의 아름다운 노모의 모습 그대로 였다.
정도 많고 흥도 많은 한국 사람들, 장구 춤에 노들 강변, 새타령, 모두들 나와서 너도나도 춤바람, 노래바람, 웃음 바람…. 참으로 아름다운 팔순 잔치였다.
임국희 Kookhi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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