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눈높이서 풀어헤쳐
부드러운 수채화·삽화 곁들여 ‘가야’ 하면, 옛날에 김해 일대에 있다가 사라진 나라 이름으로 기억하는 게 보통이다. 관심이 조금 더 있는 사람은 아마 시조인 김수로왕과 그의 정적인 석탈해, 그리고 아유다국에서 비단 돛배를 타고 와 첫 국모가 되는 허황옥 정도를 기억할 것이다. 역사를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신라 통일의 명장 김유신이 가야 출신이고, 문무왕에도 가야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 나라 3대 악성의 한 사람으로 12현금(가야금)을 만든 우륵도 가야인이다.

심지어 김해·고령·함안·마산·진주·창녕 등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거대한 고분들과 어울려 지내면서도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신라 것도 백제 것도 아닌 거대 고분들은 520년간 침묵하고 있었던 가야의 산증거물이었다.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가야가 철의 강국이었음을 보여줬다. 특히 마갑총에서 출토된 말 갑옷은 기마전사의 역사가 가야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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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지음/원성현 그림/이영식 감수/리젬/1만2000원 |
‘가야사 이야기’ 저자는 책을 만들기 위해 2년 전부터 김해와 함안, 고령 등의 지역을 발로 직접 뛰어다니며 원고를 준비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을 비롯해 대가야박물관, 함안박물관, 합천박물관의 협조로 유물과 유적지의 사진을 최대한 많이 담았다. 사진으로 부족한 것은 역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부드러운 수채화 삽화로 구성했다.
마침내 책은 건국부터 멸망까지 가야사를 복원했을 뿐만 아니라 가야 사람들은 키가 큰 멋쟁이였고, 옥구슬과 예쁜 옷으로 치장할 정도로 패션감각이 있었으며, 한자를 차용한 나름의 문자와 지역에 따라 모양이 다른 토기를 사용하는 등 문명이 꽤 발달했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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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 지음/권송이 그림/주니어김영사/8900원 |
‘김수로왕과 비밀의 나라 가야’는 이렇게 자랑스러운 가야의 역사를 어린이들이 우리의 소중한 고대사의 한 갈래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쓴 역사 동화다. 책은 독자적인 철기문화를 발전시켜 해상무역을 장악하고, 신라·고구려·백제는 물론 동아시아까지 그 활동 무대를 넓혔으며, 일본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가야사를 동네 친구 같은 주인공 아리와 마루를 등장시켜 어린이 눈높이에서 말랑말랑하게 풀어간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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