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희는 범행에 앞서 북한에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로 추정되는 리은혜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이후 김승일과 부녀 공작조를 이뤄 KAL기 폭파 결행에 나서게 된다. 이들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탑승해 시한폭탄을 기내에 설치하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내렸다. 서울이 최종 목적지인 여객기는 인도양 상공에서 사라졌다. 두 범인은 경찰에 잡히기 직전 음독 자살을 기도했지만 김현희만 목숨을 건졌다. 그는 이후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특별사면됐다.
김씨가 어제 나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담당상이 일본인 납북 피해 문제 파악을 위해 그를 초청하고 특별 전세기까지 동원했다. 일본이 이렇게 공들이는 것은 주요 현안인 일본인 납북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부산에서 다구치씨 가족을 만나 북한의 설명과는 달리 그가 숨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더욱이 평양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을 당시 일본의 상징적인 납치 피해자인 요코타(橫田) 메구미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일본으로서는 김씨가 요코타 부모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어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조건으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제시해 놓고 있다. 그런 만큼 새로운 단서가 나온다면 북일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AL기 폭파 사건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계기가 됐다. 김씨가 북일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발언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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