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속버스 추락사고의 부상자들은 4일 목적지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갑작스럽게 당한 사고를 생생하게 전했다.
경북 포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버스는 인천대교 요금소를 지나 공항 방면 편도 3차선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고장으로 멈춰 서 있던 마티즈 승용차를 들이받고 도로 옆 공사현장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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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현장 3일 오후 1시17분쯤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톨게이트를 인천공항 방향으로 500여m가량 지난 지점에서 도로 옆 아래로 추락해 부서진 천마고속버스를 119구조대원들이 크레인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기호일보 제공 |
사고 직후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진 박모(28·대학원생)씨는 4일 “갑자기 운전사가 ‘악’ 하고 소리를 질러 앞을 봤더니 흰색 승용차가 멈춰 서 있고 운전사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히 틀었다”며 “이후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고 잠깐 정신을 잃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이어 “정신을 차려보니 알 수 없는 액체가 몸 위로 떨어져 물 속인 줄 알았다”며 “차에서 새어나온 기름이었지만 일단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좌석에 끼인 몸을 빼내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기어 나왔을 때 버스 주변에는 울고 있는 5∼6세가량 남자 아이 1명 외에 차에서 빠져나온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박씨는 “사람들 대부분이 버스 안에 갇힌 채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위쪽 도로에서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고 기억했다.
일가족 4명 가운데 손자(5)와 함께 단둘이 살아남은 김모(57·여)씨는 “버스의 통로 오른쪽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앞쪽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이어 버스가 ‘쾅’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신을 차려보니 상반신은 버스 밖으로 나와 있고 하반신은 버스 천장이 누르고 있었다”며 “구조대가 버스 천장을 조금만 빨리 들어올렸어도 추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인천=이돈성·조현일 기자
◇사망자 명단 ▲설해용(69) ▲설여진(39·여) ▲공영석(50) ▲노정환(49) ▲예규범(42·재미교포) ▲임찬호(42) ▲이현정(39·여) ▲임성훈(7) ▲임성현(3·여) ▲이시형(45) ▲이정애(49·여) ▲고은수(17·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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