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위 회의때도 ‘딴얘기’ 일관
“갈등을 통합의 에너지로” 언급만 이명박 대통령은 6·2 지방선거와 관련해 8일에도 어떠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사회통합위 전체회의를 주재했으나, ‘한가한’ 얘기로 일관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면모를 바꿨다. 안경을 껴서…”라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원조공여국 가입 의미를 평가하고 이와 관련한 아프리카 순방 계획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창립자의 ‘아프리카 100억달러’ 기부 의사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외국이 대한민국을 보는 수준은 놀랄 정도로, 우리 스스로 미안할 정도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침묵’은 닷새째로,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심 수습책 마련이 안 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여당내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한 평가와 고심을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인적 쇄신에 대한 당내 주류, 비주류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파워게임 양상이 강하면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정 책임자가 인적 쇄신 여부를 떠나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 표명을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적 여론이 높다.
이 대통령은 다만 회의에서 “갈등을 통합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자꾸 진화하고 있다. 고정관념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우리 내부 갈등을 해소하는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선거 이후 국정운영 방향의 일단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왔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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