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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나잇 스탠드' 독립영화계가 만든 에로 영화

입력 : 2010-05-06 22:59:17 수정 : 2010-05-06 22: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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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인 욕망과 연관된 성을 강하게 어필해 사회 금기 허물어 4일 개봉한 ‘원 나잇 스탠드’는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영화다. 세 에피소드 모두 수위 높은 노출과 정사신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느 에로영화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몸을 섞는 것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몸을 섞기까지의 과정과 섞은 뒤의 관계 변화에 더 주목하는 영화다. 감성적으로 시작해서 몽환적이었다가 유쾌하게 끝맺는다.
민유근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밤’은 한때 알았던 여대생(민세연)의 집을 엿듣는 한 청년(이주승)과 그를 훔쳐보는 한 여자(장리우)에 관한 이야기다. 청년은 스타킹과 생리대 등 여대생의 물건에 집착하고 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여자는 라면 부스러기에 케첩, 참기름을 발라 먹는다. 두 사람이 어찌어찌해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서로의 내밀한 고통을 보듬고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면서 초반의 궁금증과 불편함이 말끔하게 풀린다. 결국 낯선 이들의 하룻밤은 ‘상처의 치유’일 수도 있다는 내용의 에피소드다.

이유림 감독의 ‘두 번째 밤’에는 ‘섹스리스’인 부부가 등장한다. 변호사인 남편(정만식)은 계속 관계를 거부하는 아내(최희진)와의 동침을 위해 후배 커플과 함께 별장을 찾는다. 그곳에서도 아내는 몸을 허락하지 않은 채 사라져버리고 남편의 불길한 상상이 꼬리를 문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전개와 의미를 알듯 모를 듯한 중의적 대화, 줄지어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과 비밀로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에피소드다. 여자와 남자 간 미묘한 심리 차이, ‘똥파리’ 정만식의 연기 변신 등이 특히 기억에 남을 듯한 에피소드.
마지막 편은 재기와 유머가 넘치는 에피소드다. 외국인 영화평론가(달시 파켓)의 유별난 사랑을 받고 있는 목욕관리사(이수현)의 엉뚱한 의심을 그렸다. 배우 권해효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촌철살인식 상황 설명과 배꼽을 잡게 만드는 반전 등이 일품이다. 국내 국제영화제 풍경과 아마추어 연기자들의 어색한 연기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목욕을 하고 나올 때와 같은 개운함과 상쾌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에피소드인데 굳이 하룻밤의 의미를 부여하자면 ‘모순의 해결’이라는 게 제작사쪽 설명이다.

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가 KT&G상상마당의 지원을 받아 기획·제작하는 ‘인디트라이앵글’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정치, 개인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된 성을 보다 강하게 어필해 사회 금기를 허무는 에로영화”라는 게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설명이다.

에로티시즘은 단순한 ‘몸의 유희’가 아닌 ‘인간의 마음속에서 홀연히 정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불가항력적으로 인간을 엄습하고 사로잡는 감각’(플라톤)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영화다. 서울에선 홍대 시네마상상마당 등 4개관서 상영되고 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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