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혈액·비뇨기·알레르기·당뇨·AIDS 등도 포함
“생활 불편정도 감안 장애 기준 낮추고 범주 더 넓혀야”

심장 장애만이 아니다. 6개 내부기관 장애의 판정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로워 장애인 등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까다로운 장애 판정기준=2009년 6월 현재 내부기관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모두 11만5728명. 내부기관장애는 2000년부터 법정 장애인에 포함됐다. 처음엔 심장과 신장 장애만 대상으로 하다 2003년 7월 4개 유형을 추가했다. 하지만 실제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에 비해 등록 장애인 수가 턱없이 적어 판정기준 완화 요구가 그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2003년 내부기관장애 범주에 4개 유형을 추가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호흡기 장애인 2만명, 간 장애인 2만1000명, 장루 장애인 1만5000∼3만명, 간질 장애인 2만7000명 등 최대 9만8000명이 새롭게 장애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 유형에서 장애인 등록을 한 사람은 총 3만4842명으로, 애초 복지부 추정치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심장 부문도 등록이 많지 않긴 한가지다. 3만8000명으로 추산되는 심장질환자 중 1만5000여명만이 장애인 등록을 했다. 신장질환자의 경우에는 혈액·복막 투석, 신장 이식자의 대부분인 5만4071명이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지만, 투석을 받지 않을 경우에는 장애 등록조건에서 아예 제외된다.
내부기관장애를 안고 있는 이들의 장애인 등록이 이처럼 저조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장애 판정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유형별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2010년 개정된 장애등급 판정기준에 따르면 간질 장애 최고 중증 등급인 2급은 ‘월 8회 이상을 포함하여 연 6월 이상 중증발작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돼 있다.
질환의 치료에 따라 장애 정도가 변하는 내부기관장애의 특징 때문에 2∼3년마다 재판정을 받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윤식 경상대 의과대학 교수는 “내부기관장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재판정 시기가 지나치게 짧다”며 “의학적 기준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며 느끼는 장애 정도를 감안해 판정기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 범주 확대 절실=내부기관장애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백혈병, 혈우병, 재생불량성빈혈 등과 같은 혈액질환의 경우 치료가 어렵고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혈액질환자들은 장기간에 걸친 치료와 이에 따른 의료비를 감당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혈액질환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장애연금 대상으로 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 범주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세분화된 내부기관 장애 범주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생식기, 비뇨기, 피부, 혈액, 내분비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이 내부기관 장애에 속하며 프랑스도 비뇨기, 내분비계, 신진대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스웨덴은 알레르기와 당뇨도 내부기관장애로 본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윤태기 사무관은 “한국적 의학 판정기준을 도입하기 위해 2007년부터 대한의학회 등과 논의 중”이라며 “중증 피부질환 장애, 혈우병, 에이즈 등을 중심으로 장애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지원책도 장애 특성을 고려해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부신체기능 장애인들은 질병 치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사회적 편견에 따른 고통이 크다. 반면 내부기관장애인은 편견보다는 치료비 부담이 더한 고통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성남희 상임활동가는 “매월 상당한 금액을 의료비로 지출해야 하는 내부기관장애인에게는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니더라도 의료급여 혜택을 주거나 비급여 항목을 줄여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 팀장, 안용성·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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