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탐색 유속 빨라 난항… 선체 진입 못해

30일 오후 3시20분쯤 천안함 함수 부분에서 해군 특수전(UDT) 요원인 한주호(53·사진) 준위가 구조작업 도중 실신해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미군 구조함인 살보함으로 후송됐으나 치료 중 사망했다. 한 준위는 이날 오전 함수 부분 함장실에 실내 진입을 위한 인도용 밧줄을 설치한 팀에 속해 있었으며, 현장의 강한 유속과 높은 수중 압력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 나흘 연속 구조작업을 벌이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 2명도 수중작업 중 실신해 치료를 받았다.
해군은 이날 밤 10시25분쯤 천안호 선체 부근 해상의 시정 불량과 유속이 빨라져 실종자 탐색 및 구조작업을 중단했으며, 31일 오전 3시쯤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천안함 함수 부분의 함장실과 밧줄을 연결하고 진입을 시도했다. 해군과 해경도 함미가 발견된 해역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SSU 잠수요원들은 밧줄을 잡고 바다 밑으로 내려가 선내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탐색했지만 시야가 좋지 않아 선체 외벽을 손으로 더듬어가면서 작업했다. 하지만 함미 부분은 수심 45m 부근에 가라앉아 있는 데다 빠른 유속과 낮은 수온 등으로 하루 4차례만 수색이 가능했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이날 “함수 부분에는 실내 진입을 위한 인도용 밧줄을 설치했지만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고, 합참 관계자는 “함미 왼쪽 통로문을 열어 실린더 2개통 분량의 공기 6000ℓ를 추가 주입했으나 진입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군은 천안함의 외벽에 구멍을 뚫는 방법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종자들을 고려해 외벽에 구멍을 뚫을 경우 선내에 바닷물이 급격히 들어가지 않도록 천안함의 설계도를 입수해 선실이 없는 구간으로 구멍을 낼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은 천안함 침몰 당시 대청도의 해병대가 찍은 열상감시장비(TOD) 영상과 인천해경 501경비함이 촬영한 침몰·구조장면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일단 ‘내부 폭발’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 관계자는 이날 전용헬기로 구조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독도함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함수 쪽 절단 부위 사진 촬영과 떠오른 물체를 보면 폭발이나 그을음 흔적은 없고 불에 탄 물체도 없다”며 “내부 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병진·허범구·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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