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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잇는 사람들] <15> 무형문화재 목조각장 목아 박찬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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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대신 입 열고 소통하는 ‘부처의 내면’을 담아내다 “수천 년 불교 역사에서 부처가 입을 연 적은 없습니다. 침묵이 반드시 금은 아닙니다. 할 말은 해서 이 세상을 맑고 밝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번 전시의 주제입니다.”

◇50여년째 목조각 외길을 달려온 목아 박찬수씨가 경기 여주 작업장에서 ‘한국인의 웃음’을 새기고 있다. 박씨는 “이제는 민족을 초월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해지는 귀의처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오는 4월10일부터 5월29일까지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 전시회를 갖는 목아 박찬수(62)씨.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인 그는 이번 전시 타이틀을 “부처가 입을 열다: 나는 누구인가?(Buddha Speaks with a New Voice: Who Am I?)”로 내세웠는데, 말 그대로 늘 입을 다물고 은은한 미소만 띠고 있던 불상이 입을 열어 말하는 작품이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는 박씨의 작품 60여점을 비롯해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목아박물관 소장 불교유물 70여점도 함께 전시된다. 그동안 일본은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구미 각국을 돌며 모두 100여회에 걸쳐 전시를 했지만, 이번 영국 전시는 1억원이 넘는 자비를 투자할 만큼 기대가 각별하다.

◇‘행복’(59×35×162cm, 銅)              ◇‘부처가 입을 열다’(96×82×162cm, 비자나무)
경남 산청에서 가난한 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난 박씨가 12살 때 배가 고파서 배운 일이 목조각이었다. 이후 그는 50여년 동안 이 일을 놓치 않고 정진해 오면서 만해상과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등을 휩쓸며 자신만의 자리를 분명하게 구축한 장인이 되었다.

“참 어려운 시기에 태어났어요. 어렸을 때 동네에서 지리산 빨치산들의 이름을 들으며 성장했을 정도로 전쟁과 배고픔이 가득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버님을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에 올라와 도시락을 싸들고 하루 종일 배회하다가 김성수 선생님 공방을 보고 나서 허드렛일을 도우면서 목조각을 배우기 시작했지요. 배가 고파서 시작한 일이지만 정말 잘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고요동자’(76×34×24cm, 비자나무)               ◇‘뿌리’(127×150cm, 홍송)
그는 처음 10년은 사진을 찍듯이 작품들을 그대로 복제해 내는 기술을 배웠다. 다시 이후 10년은 나무의 소중함을 깨달아 좋은 나무를 구하기 위해 하와이를 경유해 통가왕국까지 갈 정도로 좋은 나무를 찾아다녔다. 좋은 나무는 금값의 몇십 배에 이른다고 했다. 그가 전통 불교예술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시작한 건 조각작업 40년 정도가 지난 후였다. 작품도 많이 팔려나갔고, 1990년에는 경기 여주에 목아박물관을 열어 이 지역의 명소로 만들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힘들게 배웠던 일을 거울삼아 ‘목아전통예술학교’를 세웠고 장학금도 지원했다.

‘목아(木芽)’는 ‘나무의 싹’이라는 의미로 수많은 불상을 제작해 ‘불모(佛母)’라는 호칭까지 따라다니는 그에게 큰스님이 법명으로 내려준 이름이다. 박씨는 “죽은 나무에 싹을 틔우듯 생명을 불어넣으라는 의미에서 지어주신 것”이라며 “부지깽이가 부처가 되고 불쏘시개가 예수로 내 손을 통해서 새로 태어나는 셈이니 참 오묘한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국 전시의 타이틀은 불교미술전이지만 그가 조각한 십자가와 예수상도 전시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승 시리즈.
프랑스 미술평론가 제라르 쉬리게라는 이번 전시의 평문에서 “박찬수는 불교적 신앙과 문화를 자신이 다루는 재료를 넘어서는 계기로 받아들이는 놀라운 조각가”라면서 “명민한 만큼이나 체계적이며 자유로운 만큼이나 사려 깊은 그는 모든 살아 있는 존재가 스스로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도록 자신의 온 열정을 바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전시가 시작도 되기 전에 벌써 터키와 이탈리아 국립박물관 쪽에서도 전시 요청이 들어왔다고 소개한 박씨는 “이번 기회에 한국의 전통 불교문화를 세계의 학자들이 새롭게 인식하고 전통을 현대화하는 장인의 정신세계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조용호 선임기자, 사진 남제현 기자  je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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