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등생 성폭행 미수사건도 지문채취 안해 김길태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김길태에게 성폭행당한 여성이 그의 인상착의를 정확하게 신고했지만 경찰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허술한 수사로 검거하지 못했다. 경찰이 당시 제대로 수사해 김길태를 검거했더라면 이양은 참혹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과론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23일 새벽 퇴근길에 김길태에게 납치돼 12시간 동안 감금된 채 성폭행당한 K(22)씨가 경찰에 김의 얼굴과 옥탑방까지 알려줬지만 수사는 형식적이었다.
김길태에게 3차례 성폭행당한 K씨는 당일 오후 5시쯤 사상경찰서를 찾아 신고했다. 경찰은 간단한 조사를 한 뒤 다음 날 K씨와 함께 범행현장인 옥탑방을 찾아 범인이 김길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가 단순 강간범이라는 이유로 일반 형사팀 형사 2명에게 성폭행사건을 배당하고는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사상경찰서 측은 “신고 접수 다음 날 잠복도 하고 통신수사도 해봤는데 나온 것이 없었고, 단순 강간사건이라 전담팀을 꾸릴 정도의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해 12월 초에는 숨진 이양이 다니던 사상구 B초등학교에서 김길태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이 이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해 신고됐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 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5일 오전 8시50분쯤 재학생 김모(12)군 등 3명이 화장실에 갔다가 낯선 남자가 화장실에서 5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는 것을 보고 교사에게 알렸다. 교사가 달려갔을 때는 이 남성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김군은 “그때 낯선 아저씨가 입고 있던 점퍼나 바지 얼굴이 김길태와 똑같았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정문 앞 CC(폐쇄회로)TV 확인 결과 이날 오전 6시쯤 학교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지문도 채취하지 않고, CCTV 화면이 흐리다는 이유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양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경찰의 수사는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오후 9시50분쯤 이양 사건을 신고받은 경찰은 이양 집 세면장과 다락방에서 외부 침입자의 족적을 파악하고 납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어 사상구 일대 성폭행 전과범 10여명 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김길태를 지목하고도 잠복하지 않아 집에 들른 김을 검거하지 못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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