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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설득에 왈칵… “제가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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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16 09:11:24 수정 : 2010-03-16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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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이끌어낸 박명훈 경사
“나도 두딸 있는 아빠” 부모 심정 호소
이양 부검결과 말해주자 죄책감 드러내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다. 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해라.”(박명훈 경사)

“제가…다… 했습니다.”(김길태)

14일 오후 부산경찰청. 거짓말탐지기와 뇌파 검사를 마친 김길태는 범죄심리·행동 분석요원(프로파일러)과 면담한 자리에서 “다른 사람 말고 꼭 그분에게만 진실을 말하겠다”며 부산 사상경찰서 박명훈(49·사진) 경사를 찾았다.

형사 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 수사관인 박 경사와 김길태의 이날 만남은 김길태가 검거된 이후 네 번째였다. 무미건조한 조사실에서 박 경사와 마주한 김길태는 “이제 모든 것을 털어놓으라”는 박 경사의 설득에 순간적으로 복받친듯 눈물을 왈칵 쏟으며 얼굴을 감싸쥐고 “제가 다 했다”며 끝내 입을 닫았던 이모(13)양 살해 과정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범죄사실 여부에 대해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해 수사관들의 애를 태운 김길태가 검거 나흘 만에 처음으로 범죄경위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딸 둘을 둔 박 경사는 수사본부 4개로 편성된 신문조 소속으로, 피의자를 거세게 몰아세운 다른 수사팀과 달리 인간적 접근을 시도했다.

박 경사는 김길태에게 “나도 딸만 둘 있는 아빠다. 네가 딸을 둔 내 심정을 알겠느냐”며 어린 딸을 먼저 보낸 이양 부모의 심정을 호소하며 김길태에게 남아 있을지 모를 인간적 감정을 거듭 자극했다.

박 경사는 김길태가 성장과정에서 경험한 아픔과 상처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면서도 수사관으로서 최대한 수사에 활용했다. 김길태는 범행 이후 죄책감을 덜기 위해 친구들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려 21차례나 전화를 돌렸으나 통화가 연결된 것은 딱 한 번이었다.

박 경사는 김길태가 느꼈을 소외감과 고립감을 매개체로 삼아 “나도 너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며 김길태와 인간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숨진) 이양은 너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했고, 중학교에 입학할 생각에 들떠 있던 학생이었다”고 인간적 ‘압박’을 가했다.

심리분석 전문가들마저 ‘심장이 없는 사람’ 같다고 혀를 내둘렀을 만큼 냉혈한 같은 김길태가 무너진 것도 이때였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박 경사는 이양이 생전에 모든 비밀을 다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웠던 목포 사는 외사촌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김길태에게 보여줬다.

결국 김길태는 박 경사가 이양의 부검 결과를 말해주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괴로워하며 “죽은 이양에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죄책감을 드러내며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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