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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가 14일 부산경찰청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뇌파검사를 받은 뒤 수사본부가 차려진 부산 사상경찰서로 돌아가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나오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뇌파검사는 주로 범행 현장 주변 사진, 시신 및 피해자의 옷 등 기타 증거물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순간 피의자의 뇌파 움직임을 파악한다. 뇌파의 움직임이 급변하면 범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두 조사 모두 법정에서 증거로는 아직 채택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정황증거로 제시할 수 있고, 수사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용’으로 활용한다. 범행을 부인하다가도 거짓말탐지기 앞에서 사실을 실토하는 일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거짓말탐지기와 뇌파검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이양의 납치 시점과 살해 시점 등 구체적인 범행과정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어서 김길태의 자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경찰청에서 파견된 과학수사센터의 베테랑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경위를 중심으로 한 심리전도 불꽃을 튀기 시작했다. 심리전의 목적은 자기 방어기제(防禦機制)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김길태의 약점을 파고들어 자백을 받아내는 데 있다.
경찰이 김길태를 검거한 다음날 가장 가까운 친구와 만나게 한 것도 프로파일러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나 사회구성원과 공감하는 능력이 극히 떨어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그와 교감할 수 있는 인물을 급히 투입했는데, 그는 간간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지난 12일 오후부터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을 그만두고, 프로파일러와 면담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덕분에 검거 초기 수사관과 단답식으로만 얘기하던 그가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교도소에서의 생활과 친구관계 등을 얘기하면서 감정표현도 자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가 면담을 거부하는 부모를 적절한 시점에 만나게 하는 것도 심경변화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피의자는 점차 합리적인 언행을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프로파일러의 분석이다. 경찰은 이 밖에도 대학 정신과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에게 상담기법을 자문할 방침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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