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기강확립 대책 불구 비리사슬 여전
경찰 되레 “고강도 감찰로 실적 늘어” 주장

◆4대의무 위반 부쩍 늘어=10일 경찰청 감사관실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관 4대 금지 사항인 금품수수와 공금횡령·유용, 직무상 비밀누설, 음주운전으로 징계받은 사건은 모두 311건으로, 2008년 203건에서 100여건 이상 늘었다. 4대 의무 위반 행위는 2005년 233건에서 2006년 209건, 2007년 173건으로 줄었다가 2008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서는 1월 현재 모두 15건을 기록하고 있다. 금품수수 행위는 지난해 178건으로 전년 72건보다 147% 증가했고, 공금 횡령·유용 적발 건수는 8건으로 2005년 7건, 2006년 5건, 2007, 2008년 각 2건보다 많았다.
수사정보 유출 등 직무상 비밀 누설로 징계를 받은 사례도 2005년 25건에서 이듬해 17건을 기록하는 등 주춤했으나 지난해 다시 25건으로 늘었다. 2009년 음주운전 징계는 모두 100건에 달해 경찰청이 전국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내건 ‘경찰관 음주운전 제로화 선언’을 무색케 했다. 음주운전에 따른 징계는 2007년(97건)을 제외하곤 2005년 이후 매년 세자릿수를 넘고 있다.
◆비위근절 대책은 ‘연례행사’?=경찰은 경찰관 주요 비위 적발 건수가 증가한 데 대해 “고강도 감찰 등을 통해 썩은 물을 드러낸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단 경찰관 비위 사건은 이 같은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불법 게임장 업주에게 돈을 받고 단속정보를 흘려주는 바람에 신고한 시민이 보복폭행을 당하게 된 서울 역삼지구대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인근 논현지구대 비위 사건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된 지 3개월 만인 7월 소속 경찰관 21명이 업주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대규모 처벌을 받았는데, 이번에 또 유착비리가 터지게 됐다.
경찰이 경찰관과 유흥업소 등업주 간 유착관계를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 ‘경찰 기강 확립 및 비리 척결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비리는 계속됐고 올해 또다시 유착 근절방안을 내놔야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자정에 기대하는 것보다 선진국에 도입된 중립적인 경찰 외부 감시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미국 뉴욕시경찰국(NYPD)은 내부 감찰 기능 말고도 민간 통제기구인 ‘민원조사민간위원회’(CCRB)를 두고 경찰관 비위를 조사해 징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영국도 정부와 정당, 경찰로부터 완전 독립된 ‘경찰민원독립위원회’(IPCC)를 설치해 경찰 신뢰도 제고를 꾀하고 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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