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제고… 제2, 3수출 가능성↑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 수주는 국내 최초의 원전 플랜트 수출이면서 수주 총액이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로, 동아건설이 수주한 리비아 대수로(104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 사업이다. 또 정부 간 총력전 양상을 띠고 있는 원전 수출 전선에서 우리 외교의 승리로 기록될 전망이고, 우리 경제 전반에도 막대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원전 수명 60년 동안의 운전과 기기교체 등 유지보수 작업에 참여해 추가로 200억달러를 받을 수 있다. 직간접 경제적 효과가 4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올해 무역흑자액과 비슷하다. 10년간 고용 창출 효과도 연평균 1만1000명씩 연인원 11만명에 달한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효과도 적잖다.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형 원전의 제2 수출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는 이번 수출 성공으로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에 이어 원전 수출 6호 국가로 기록됐다.
원전 협력은 건설에서 운영까지 약 100년간의 장기 협력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과 UAE 간 장기적인 상호협력 파트너십 구축의 계기도 될 전망이다.
◆경쟁력 입증… 제2의 수출 박차=UAE 원전 수주 성공은 세계 원전시장을 독점한 프랑스 아레바 및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히타치 등 선진 원전 공급사와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형 원전이 지난 30년간의 지속적인 원전 건설과 운영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를 UAE 측에서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번 수주 성공에는 한국 원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능력(원전 이용률 93%)을 시현하고 ▲분야별 기술자립계획 추진으로 세계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설계 표준화·최신 시공기술 적용으로 최단기의 건설 능력을 보유하고 ▲설계에서 유지보수까지 원전 전단계에 걸친 강력한 공급체인을 보유한 점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성공을 계기로 원전 도입국의 수요와 수출 가능성 및 사업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수출전략을 수립해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터키와 요르단 등 원전 도입 계획이 가시화된 신규 원전시장을 중심으로 민·관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터키는 현재 진행 중인 아큐유 지역의 원전 외에 시놉 지역에 제2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요르단은 아카바 인근 지역에 1000㎿ 원전 2기 건설을 목표로 후보 노형에 대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현지 사업자 및 유력 원전 사업체와 전략적으로 제휴해 미국과 중국, 인도 등 거대 원전시장의 틈새시장도 개척할 계획이다.
◆해외건설 사상 최대 금액=이번 수주는 우리 해외건설 사상 최대 금액으로 기록됐다. 동아건설이 1984년과 1990년 두 차례 수주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104억달러 기록을 깬 것이다. 최근에 건설사들이 집중적으로 수주한 정유 플랜트의 기록도 훌쩍 넘겼다. 리비아 대수로에 이어 가장 큰 공사는 지난달 GS건설이 수주한 아부다비 루와이스 정유공장 확장공사 ‘패키지2’로 공사금액이 31억900만달러에 이른다. 역시 삼성엔지니어링이 같은 지역에서 수주한 루와이스 정유공장 ‘패키지3’은 27억2900만달러로 그 뒤를 잇는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삼성엔지니어링이 알제리에서 수주한 스키다 정유프로젝트도 공사 규모가 25억9000만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로 삼성엔지니어링을 ‘플랜트 명가’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 현대건설이 지난해 5월 수주해 공사 중인 카타르 라스라판 발전담수공사(20억7100만달러), GS건설이 2007년 8월 이집트에서 따낸 석유화학 플랜트(ERC 수첨분해 공사, 20억6300만달러)도 수주액이 20억달러가 넘는 대형 공사들이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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