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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로 방치된 청계천 `베를린 장벽' 어찌할꼬

입력 : 2009-12-15 09:13:16 수정 : 2009-12-15 09: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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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중구청 뒤늦게 장벽 관리에 허겁지겁

독일대사관과 보수방안 논의 계획이나 묘책 없어 고민
독일 베를린시가 무상으로 제공해 청계천 인근 베를린 공원에 세워진 베를린 장벽이 수년간 방치된 탓에 철없는 젊은이들의 낙서로 도배돼 흉물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뒤늦게 장벽 관리에 나섰지만 이미 볼펜 등으로 칠해진 낙서를 지울 방법이 마땅찮아 고심하고 있다.

베를린 공원이 조성된 것은 2005년 9월이다. 당시 독일 베를린시가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길이 3.6m, 높이 3.5m, 두께 0.4m의 베를린 장벽을 무상으로 기증했고 서울시는 청계천 인근 한화빌딩 앞에 공원을 만들어 장벽을 세웠다.

이후 관리를 맡은 서울시가 안전 펜스 등 기본적인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장벽은 행인들의 대형 낙서판이 되다시피 했다.

14일 기자가 확인한 장벽의 모습은 심각했다.

벽에는 `준기♥선희', `동준, 명지 다녀감', `12월13일은 내생일 기분 좋은 M' 등의 유치한 내용의 낙서가 적혀 있었다.

이들 낙서는 독일 국민이 조국의 통일을 맞아 감격에 겨워 새긴 원래 장벽의 낙서와 비교하면 한참 격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를린시의 상징동물로 공원에 배치된 곰 조형물의 이마에는 `지수'라는 여성의 이름이 새겨졌고 눈에는 눈동자가 볼썽사납게 매직으로 그려져 있었다.

서울시가 장벽 옆에 세워놓은 표지판 뒤편에는 토사물이 엉겨붙어 있었다.

공원을 찾은 윤석현(29.회사원)씨는 "이것이 베를린 장벽인 줄 몰랐다. 청계천에 남은 기둥처럼 청계천 공사 때 가져온 기념석인 줄 알았다"며 "독일에서 보내온 선물이라면 낮은 펜스라도 쳐서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개탄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서울시는 지난달에서야 중구청에 공문을 보내 베를린 광장의 관리를 지시했다.

얼떨결에 관리 책임자가 된 중구청도 난처할 뿐이다. 이미 벽에 적힌 낙서를 어떻게 지워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15일 독일대사관을 방문해 베를린 장벽의 관리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벽의 낙서는 함부로 지우면 벽면을 훼손할 수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독일 대사관과 논의하기로 했다. 일단 행인들에게 이곳이 공원이라는 사실을 인지시키고자 공원 주위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독일대사관 관계자는 "베를린 장벽에 낙서가 많은 줄 미처 몰랐다. 내일 중구청 관계자와 상의해 해결방안을 찾아보고 서울시에도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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