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2003년 이후 저축은행의 불법 신용공여 행위 210건을 적발하고도 82건만 고발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모럴 해저드를 불러왔다. 그 후 불법 신용공여로 적발된 116개 저축은행 가운데 44%가 또다시 법을 어겼다. 2003년 이후 3조원을 웃도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저축은행 부실은 금융당국의 느슨한 감독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예산 운용에도 문제가 많다. 금감원이 2002∼2008년 직원 수를 허위로 부풀려 편법으로 직원 보수를 인상하거나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금액만 142억원이다. 지난 2월에는 명예퇴직 신청자 18명에게 정상적인 명예퇴직금보다 30억원 많은 43억원을 지급했다. 금융회사들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감독분담금을 거둬들인 뒤 돈을 물 쓰듯 한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계 인사철만 되면 낙하산 인사로 구설에 오른다. 매년 20명 안팎의 금감원 퇴직 간부가 금융회사 감사로 자리를 옮긴다. 금융계 감사 자리를 싹쓸이하는 셈이다. 금융회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이유를 알 만하다. 얼마 전까지 모시고 있던 상사가 감사로 가있는 회사에 대해 금감원이 감독을 제대로 하기는 우리 정서상 어렵다. 금융회사들이 고액 연봉을 주고 금감원 출신을 모셔가는 것도 로비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최근 비난여론이 일자 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이 많았다. 이래서야 금융감독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다하기란 백년하청일 것이다.
흥청망청에다 부실감독, 거기에다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서야 금감원이 제대로 설 수 없다. 금감원을 감독해야 할 금융위원회도 책임이 크다. 금융계 인사 개입설 등으로 ‘관치금융’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기관이 ‘어물전의 고양이’라는 지탄을 듣기에 딱 좋은 지경이다.
금융감독기관의 부실화는 돈벌이에만 급급한 금융회사의 행태에 비해 천양지차의 심각한 문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의 확립이라는 설립 목적을 되새기면서 뼈를 깎는 자세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외부의 개입을 부르게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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