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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 가장 절실한 건 약자를 섬기는 예수의 가르침”

입력 : 2009-10-13 21:38:47 수정 : 2009-10-13 21: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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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강해서 '권력을 넘어서' 펴낸 조성기 교수
사람이란 본래 섬김받는 것 좋아해
약자를 도우며 비뚤어진 권력과 싸운 마가복음속 예수의 모습서 길 찾아야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고 예수는 말합니다. 예수는 종교왕국을 이루려고 오신 교주가 아니라 섬기는 종으로 오신 분임을 보여주는 마가복음이야말로 지금 한국사회에 절실한 가르침이지요.”

◇문창과 교수이자 소설가, 목회자로서 방대한 분량의 저작들을 내놓는 조성기 교수의 집필 시간은 매일 자정에서 새벽 6시까지다. 그에게 “새벽기도 같은 건 엄두를 못내겠다”고 묻자 “새벽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고 웃음지었다.
조성기(58)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이번에 정면돌파에 나선 화두는 인간의 권력에의 의지다. 그는 마가복음 강해서인 ‘권력을 넘어서’(청우)를 통해 마가복음 속 예수의 모습을 통해 권력을 넘어서는 참다운 지도자의 길을 제시한다. ‘성전을 넘어서’ ‘십일조를 넘어서’로 한국 교회의 세속화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던 조 교수의 ‘넘어서’ 시리즈 3탄인 셈이다. 4년 여의 산고 끝에 최근 결실을 본 책은 상·하권 합쳐 1100여쪽이 넘는다.

숭실대 연구실에서 만난 조 교수는 “예수의 제자들도 누가 으뜸이 될 것인지를 놓고 권력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예수가 제자들과 계속 싸웠던 것도 권력에의 비뚤어진 의지였다”면서 “본성적으로 사람들로부터 섬김 받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예수를 배워 남을 섬기는 삶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가복음을 ‘행동의 복음서’라고 정의하는 그는 묵묵히 약자들을 섬기며 권력을 넘어서는 예수의 모습을 거듭 강조한다. 최근 한국사회의 심각한 국론 분열도 권력의 파괴적 영향력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권력 의지의 발현이 집단화할 때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한국 교회와 교단의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권력을 넘어서’는 ‘마가복음’을 토대로 동서양 저작과 조 교수의 신앙 경험을 녹여낸 신앙 에세이집에 가깝다. “예수의 한 말씀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그는 “일인칭 고백과 대화적인 기도야말로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한국교회는 이런 부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서기관적인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을 경계하는 예수의 말씀에 주목한다. “예수는 서기관들을 가리켜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는 자이니 그 받는 판결이 더욱 중하리라’고 했습니다. 서기관들이야말로 자기중심적인 교리에 얽매여 성경 말씀이 자기 자신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줄 모르는 지도자들을 뜻합니다. ‘서기관을 삼가라’는 구절은 우리 안에 그런 요소가 있다는 경고이지요.”

평신도들을 구체적으로 섬기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이 책에는 조 교수의 전작 ‘성전을 넘어서’와 ‘십일조를 넘어서’의 핵심 내용은 물론 그가 12년째 이끌고 있는 산울교회(sanul.or.kr) 목회 경험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40∼50명이 모인 가운데 조 교수가 한 달에 세 번 설교하고 한 번은 평신도가 설교하는 이 작은 교회는 교회건물도, 목사도, 십일조도 없는 실천의 장이다.

조 교수는 서울법대 출신으로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다 85년 ‘라하트하헤렙(에덴의 불칼)’으로 제9회 ‘오늘의 작가상’을, 91년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제1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필명을 날리고 있는 소설가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95년 금식 후유증으로 인해 죽음에 근접하는 체험을 한 후부터다.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됐던 71년 당시만 해도 “내가 들고 있는 원고가 우상 아니냐”싶어 갈등하고 밤새 쓴 소설원고를 불태우곤 하는 종교강박증에 시달리던 그는 신학대에서 종교심리학을 전공하며 양자택일을 넘어선 ‘대극의 통일’을 배웠다고 했다.

지금은 소설가로서 예수를 진정한 낭만주의자로, 성경을 위대한 문학 텍스트로 연구하고 있다. “예수는 물긷는 사마리아 여인의 물을 통해 그 여인의 깊은 영적 갈증을 이끌어내며, 어부에게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는 비유를 씁니다. 천국과 회개라는 종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방이 가장 관심을 갖는 접촉점에서 출발해 들어가는 예수의 화법은 문학적으로도 배울 게 많아요.”

목회자 중심의 사역을 비판하는 ‘성전을 넘어서’, 십일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다룬 ‘십일조를 넘어서’ 등 매번 첨예한 논쟁점을 들고 나오는 그에게 기성교단의 반발은 없었을까. 그는 오히려 사회 지도층으로부터 격려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십일조에 매일 필요가 없이, 십십조, 즉 생활 속에서 전적으로 헌신하자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란다. 헌금 대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연보(捐補)를 주장하는 그에게 실천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는 “시장에서 물건값 안 깎고 사는 것도 연보”라고 했다.

글·사진=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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