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추억- 콘크리트 제방·습한 공기·메마른 환경
오늘의 추억- 물억새 수변·맑은 공기·새들의 환영
‘부동산 들썩’ 수혜제외 지역 박탈감
한강변 ‘병풍 아파트’ 주민도 반발
[이코노미세계] 흰뺨검둥오리, 큰기러기 등이 떼 지어 날아들었다. 2009년 8월9일 일요일 저녁, 회색 콘크리트 옷을 벗은 한강 반포지구엔 달빛 무지개 분수를 바라보며 여가를 즐기는 연인이나 가족들, 한강의 선선한 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은 한강변 수풀과 낙조의 모습에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1차 계획이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한강엔 전과는 다른 생동감이 넘쳐났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8대 실현과제를 정하고 2030년까지 장기 플랜에 맞춰 조금씩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의 이미지’를 바꾸어 가고 있다. 시는 장단기 계획 중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정한 총33개 사업을 2010년까지 완공한다.
한강사업본부 천석현 한강사업기획단장은 “2010년까지 진행되는 5개 분야 총 33개 사업은 시민편의와 자연성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한강르네상스 첫 성과물, 반포지구=한강 공원 중 가장 먼저 변화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반포지구다. 지난 5월 한강르네상스 4개 특화사업지구 중 반포공원이 처음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 폭포 다리로 변신한 반포대교는 인근 시민들 뿐 아니라 지나가는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의 시선까지 사로잡고 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달빛무지개분수가 지역 명물로 떠오르면서 가동시간을 늘려달라는 주민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달빛무지개분수는 570m다리 구간 양측에 380개의 노즐이 설치돼 수중펌프로 끌어올린 한강물을 분당 190t씩 내뿜는다.

밤이면 색상을 다채롭게 변경해 장관을 연출한다.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는 기존 4차로 중 2차로를 통행로로 전환, 시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했다.
반포대교 남단에 설치된 야외무대는 1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휴식과 문화의 장이 됐다.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플로팅 아일랜드, 즉 인공섬이 들어서면 다목적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확보돼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콘크리로 막혀있던 호안의 일부는 자연형으로 바꿨다. 자연형 호안 옆에는 ‘갯버들과 물억새가 살고 있다’는 팻말을 설치했다. 한강변 가까이 오지 않아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던 사람들도 팻말을 보고선 다시 한 번 눈길을 주곤했다.
지난 5월 완공했다고는 하나 아직 100% 완공 된 것은 아니다. 반포지구 곳곳에 아직도 공사 중인 흔적이 남아있다. 휴식을 취하던 한 주민은 “달라진 반포지구를 보고 주변 사람들 모두 만족한다”면서도 “공사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는 안내판이 없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불편한 점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13일, 뚝섬지구 공사 현장 인부들은 지상에서 십미터 이상 되는 철근 설치작업으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3개 특화지구 등 1단계 막바지 공사= 지하철역에서 바로 한강변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복합전망문화콤플렉스 공사다. 현장 관계자는 “9월 완공이기 때문에 숨 돌릴 틈도 없다”면서 “작업 중 여러 가지 변수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뚝섬지구는 한강공원 영동대교부터 잠실대교 사이 약 3km 구간을 친환경 수변공간으로 바꾸고 한강 바로 옆에서 산책과 자전거 타기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대규모 수변 무대와 음악분수, 복합전망문화콤플렉스도 설치된다.
새 단장 후 지난 7월 말 먼저 개방된 뚝섬수영장은 벌써 1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뚝섬한강공원특화사업 공사를 맡은 금호건설 최광희 현장소장은 “당초 기대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리는 등 시민들의 호응이 크다”며 “지하철역(뚝섬유원지)과 바로 연결되어 있고 저렴한 이용료(성인기준 5000원)와 편의시설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민간 수영장과 달리 먹을거리를 갖고 입장이 가능하고, 바가지 상술도 없어 환심을 사고 있다. 난지, 여의도 지구 등도 9월 중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분주하다. 여의도 공원에는 여가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스탠드를 새로 만들었다.
또 ‘캐스케이드’라는 이름의 폭포처럼 생긴 물빛광장은 여의도공원에서부터 한강까지 조성, 한강으로의 접근성을 높여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한강이 숨 쉰다=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생태 복원’을 꼽는다.
한강의 콘트리트 호안은 지금까지 홍수로 인한 집과 도로의 침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 반면 물의 자연정화를 막고 생태계를 파괴시켰다. 이를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시는 한강이 가져야할 본래의 가치를 되찾는,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자연형 호안 외에도 서울시는 다양한 생태복원작업을 진행 중이다. 암사, 강서 습지, 여의도샛강, 고덕수변 등 12개 생태공원 복원사업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이 중 이미 지난해 공사가 완료된 암사와 강서 습지 생태공원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쓰레기가 쌓이고 썩은 물웅덩이가 자리하고 있던 공간에 이제 곤충이 살고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암사 생태공원은 갈대가 잘 자라도록 기존 한강에서 자라는 갈대 뿌리를 채취해 심었다. 16만4600㎡ 에 조성된 인공호안을 철거해 완만한 경사지의 자연형 호안으로 만드는 한편 13만2000㎡에 물억새 군락지에 건생 생태원도 조성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좀작살, 찔레, 조팝나무부터 딱정벌레나 다양한 곤충들이 살게 됐다.
강서 습지 생태공원도 수로가 자연형으로 정비되면서 한강물 유·출입이 원활해졌다. 강물이 흘러들어 만들어진 저습지와 수초수로는 홍수예방과 기후조절을 담당한다. 버드나무숲과 어우러져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되기도 한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행주대교 방향 산책로를 걸으며 관찰데크와 철새 조망대를 이용할 수 있다.
데크에서는 4월이면 잉어때가 산란하는 장면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조망대에서 한강을 찾은 겨울 철새도 관찰할 수 있다. 올 연말에는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이 문을 연다. 4.6㎞에 달하는 콘크리트 박스가 철거되는 등 현재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이용객이 적은 주차장을 축소해 휴식공간을 만들고 콘트리트 바닥은 환경 친화적인 잔디블록으로 교체한다. 자전거길이 정비되고 수변산책로가 만들어져 시민들이 물길 옆을 편히 걸을 수 있게 된다.
◆접근성 향상이 포인트=강남과 강북의 교류와 화합을 내세운 반포지구의 변화에 사람들의 호응이 높은 데에는 접근성 향상이 큰 역할을 했다. 반포지구는 반포대교와 잠수교에서 한강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났다.
서울시는 한강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가까이서 느끼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무엇보다 어떻게 접근하느냐 를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일명 '토끼굴' 이라고 불리는 좁은 통로로 불편하게 한강을 찾았던 시민들은 한결 편하고 짧은 경로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경우 어반테라스, 페스티벌 스탠드, 도로변 전망가로 조성 등을 통해 불편한 접근로를 개선중이다. 특히 마포대교~원효대교 구간에 조성되는 어반테라스는 윤중로와 여의도 한강공원을 연결해 인근 주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난지한강공원은 월드컵공원~난지한강공원까지 접근성 개선을 위해 '평화의 공원 연결 브릿지'와 '중앙연결브릿지'를, 강변북로로부터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하복합연결통로'를 신설하는 등 총 3개 접근로를 새로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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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복합전망문화 콤플렉스 막판 공사가 한창이다 |
서울시는 또 가양·성수·서빙고 3개 지역에 전망보행 데크를 설치해 한강 접근성을 높인다. 오는 10월 착공해 내년 10월 준공한다. 가양 전망보행데크의 경우 인근 지하철 9호선 가양역 개통으로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변 북한산, 하늘공원, 행주산성과 한강 하류로의 조망도 가능하다.
성수 전망보행데크는 인근에 지하철 신분당선인 서울숲역이 입지할 예정이어서 접근성이 좋다. 주변 잠실종합운동장, 무역센터, 영동대교 야경 등 강남권 조망이 가능해진다. 서빙고 전망보행데크의 경우 국철인 서빙고역을 지나 자전거도로와도 연계되고 이촌한강공원과도 이어진다.
이 밖에도 5개 한강교량(양화·한강·동작·한남·잠실대교)에 버스 정차대,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해 시민들이 교량을 통해 직접 한강공원으로 올 수 있도록 했다. 한강변 지하제방 지하통로 34개소도 정비했다. 구의, 신자양, 신압구정, 신반포, 신마포, 양평 6개 나들목을 신설 중이며 2010년 12월 완공된다.
◆지역민 반발·부동산 들썩·사업 지속성 의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가 한강 공공성 확보 를 목표로 한강변 경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포함된 내용이 바로 한강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늘어선 아파트를 철거하는 계획이다. 이것과 연계해 도심 기능을 한강을 중심으로 8개 지구로 재편한다.
대의적 의미에선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를 둘러싸고 해당 지역민들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8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단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을 위해 서부 이촌동 아파트 철거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기존 통합개발 대신 '분리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주민들과,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등 업체들의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천석현 단장은 "워낙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보상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주민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 수혜지역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로 서울시가 지난 6월10일 중랑천을 기준으로 인근 8개 자치구에 2020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해 경제·문화·산업 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수혜 지역 중 한 곳인 이문동이 한달새 집값이 0.48% 올랐다.
이로 인해 비수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뚝섬지구 공사 관계자는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한강 접근이 쉽고, 새로 설치되는 시설에 가까운 동은 몇 천 만원씩 집값이 오르는 등 호재를 맞았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지역 주민들이 현장을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30년 완공되는 프로젝트라서 연계성을 갖고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오세훈 시장 퇴임 후 사업이 좌초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강사업본부 측은 시민들의 호응이 있다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천 단장은 "한강르네상스의 당위성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모두가 지지하는 분위기에서 사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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