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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회복과 창조… '제2 한강의 기적'

입력 : 2009-09-10 17:05:21 수정 : 2009-09-10 1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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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한강서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이코노미세계] 한강이 ‘열린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가 2년 전부터 추진해 온 한강르네상스 성과물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천석현 기획단장은 “그동안 별 의미 없는 물길이었던 한강을 이제는 ‘서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지난 1월 취임 후 하루도 쉴 틈 없이 한강을 ‘업그레이드’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강르네상스는 ‘회복’과 ‘창조’라는 두 가지 비전을 구체화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강 주변 인공호안인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물과 흙이 맞닿도록 한 이른바 ‘자연형 호안’을 재조성하는 일이나 강서습지생태공원처럼 시민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일 등은 모두 회복과 관련이 있다.

장기 사업인 수변도시(waterfront town)나 서해로의 한강주운 사업 등은 서울의 도시계획을 ‘한강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구상 아래 또 다른 비전인 창조를 실현한다. 이처럼 한강의 지형뿐 아니라 서울의 생활환경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한강르네상스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서해와 연결…생태·물류 물길 복원
'열린공간' 사람·자연·문화가 흐른다

◆접근성·자연성 회복 열린 공간 만들기=
한강르네상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후보 시절에 내놓은 공약을 보다 구체화 한 것. 

2006년 5월 당시 오 시장 후보는 '시민에게 열린 공간 만들기 란 주제'로 "한강 둔치는 훌륭한 시설을 갖고 있으면서도 접근하기 쉽지 않다"며 미래 서울을 구상하기 위해선 반드시 한강을 변화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한강르네상스는 오 시장의 유년시절 기억과도 맞물려 있다. 

서울 성수동 뚝섬이 본적지인 오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렸을 적 한강변인 뚝섬에서 놀고, 한강이 바라다 보이는 옥수동에서 살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한강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공유해야한다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 속 한강은 80년대 개발 이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기엔 너무 단절된 공간이었다. 

‘숨어있는 지하통로’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통로라는 것도 차와 사람이 같이 다니는 곳이 많아 위험하다. 집에서 걸어 나와 차를 갈아타고 어두운 지하통로를 지나야 도달할 수 있는 곳, 일부러 시간을 내 마음먹고 찾아야 하는 곳이 한강공원이었던 셈이다.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도정일 씨는 이를 두고 “한강은 있으면서 동시에 없다. 물리적 대상인 한강은 거기 있으나 사람들과 교섭하는 존재로서의 한강은 우리 마음과 기억에서 떠난 지 오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취임 초 무엇보다 먼저 한강공원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시민들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한강을 리모델링하겠다는 의미다.

이후 국제학술회의와 전문가 워크샵 등을 열어 이를 구체화 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7월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내놨다.

여기에는 2006년부터 착수한 사업들을 포함해 한강공원 특화사업, 생태공원 조성, 한강 접근성 개선 등 총 33개 사업을 2010년까지 완성하고, 2030년까지 단계별로 서울의 도시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들이 포함됐다.

한강사업본부는 최근 ‘한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7가지 중·단기 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9월 나들목과 한강접근로를 보강하고 전망보행데크 등을 설치,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는 내용으로 이는 프로젝트 성과와 진행상황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 단장은 그러나 이를 토목공사와 같은 개발행위로 보는 시선에 대해 “한강개발사업이 지금까지는 주거와 치수를 목적으로 제방을 쌓음으로써, 한강의 자연성을 훼손해 온 게 사실” 이라며 “한강르네상스는 영리목적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이라는 말보다는 '복원'이라고 표현해야 옳으며, 복원의 중심에는 ‘생태회복’이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도시 공간구조 재편 창조 한강=현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가격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다. ‘한강 조망권’이란 말에서 보듯 한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달리 말하면 한강 조망을 일반시민이 공유하기보다는 강변 아파트 주민 일부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서울은 압축된 도시성장과정으로 한강변 공간이 도시고속도로로 강과 단절돼 있을 뿐 아니라 동서, 남북의 이중적 단절을 낳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한강의 수변풍경은 판상형 아파트 병풍으로 획일화 돼 있다. 시는 이로 인해 충분히 넓고 큰 강인 한강이 서울의 활력, 역동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채 정적인 경관으로 남아 있다 고 말하기도 했다.

한강르네상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창조 한강 을 내세운다. 수변도시(waterfront town)를 만드는 것이 그 예다. 한강에 인접해 있지만 단절돼 있는 현재의 부도심 기능을 열린 형태로 연계한 수변도시 조성으로 한강변을 확장할 방침이다.

즉, 한강변의 건축물과 구조물들이 더 이상 한강을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시민이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가꾸어 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국가가 아닌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를 가꾸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을 강조하며 “도시공간구조를 재편하고 자연환경을 되살려 한강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서울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 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한강변 아파트를 허물어 대규모 공공용지와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시는 앞으로 한강변 아파트를 재개발, 재건축할 때 용적률을 높여주는 식의 인센티브를 주고 대신 병풍처럼 둘러선 아파트를 뒤로 물려서 그 공간에 녹지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시는 서해로의 주운을 통해서도 서울을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발전시킬 구상이다. 총길이 497km, 유역면적이 남한면적의 27%, 금강과 오대산에서 발원해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로 이어지는 한강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크고 긴 도시 하천이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전쟁이후 한강은 서해로의 뱃길이 닫힌 후 호수 로 변해버렸다”며 “경제적, 문화적 가치의 손실은 한강의 규모만큼이나 크다”고 말했다. 

한강르네상스를 통해 정부의 역점사업인 경인운하와 연계,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서해로의 주운 기반을 통해 남북평화협력의 기반을 조성하고 세계적 도시, 서울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방영덕 기자 ydbah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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