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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파리 세느강 부럽지 않아요"

입력 : 2009-09-08 10:53:37 수정 : 2009-09-08 10: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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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한강, 그리고 2030서울’

 

 ‘자연형 호안’ 물길따라 걸으면 새들도… 꽃들도… 물고기도… 함께 산책

[이코노미세계] 2030년 가을, 서울에 사는 김철수(64·가명)씨는 외동딸을 둔 전형적인 중산층 시민이다. 현재 김 씨가 사는 아파트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20년 장기전세 중형 18층 아파트. 기존 집을 처분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 6년이 지났지만 예전처럼 집 걱정은 안 한다.  은퇴 후 동료들과 함께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를 다니는 김 씨는 몇 년 전 딸을 시집보내고 아내와 단둘이 생활한다.

최근 김 씨의 일상에서 저녁시간은 새로운 즐거움이 됐다. 아직 더위가 가시진 않았지만 해질 무렵 이른 식사를 하고 아내와 강변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나선다. 그럴 때마다 강변공원의 풀내음과 형형색색으로 단장한 한강조경에 스트레스가 싹 가신다.

주말엔 한강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연 관람을 한다. 인근 외국인친구 가족을 불러 강변 바비큐 장에서 불고기 파티도 연다. 40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가족공원에서 동료들과 즐겁게 보냈던 당시의 저녁파티를 떠올리며…. 서울 한강 공원에서 맹꽁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파티를 즐기는 현실이 꿈만 같다.

2030년 김 씨의 일상을 가상으로 꾸며 본 이야기다.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과 매연, 우후죽순 건설된 회색 빌딩들로 숨 막혔던 서울이 이제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녹색도시로 탈바꿈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를 현실성 없는 공상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최근 한강변의 변화가 조금씩 피부로 느껴지면서 프로젝트가 완성될 2030년엔 한강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 사람도 늘고 있다. 2030년 김씨의라이프사이클을 따라 달라진 한강과 서울을 미리 가 본다.

◆역사·문화·자연의 강=생활에 쫓겨 무심코 지내던 김 씨가 어느 순간 발견한 첫 변화는 한강의 생태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 콘크리트 일색의 한강호안(둑을 보호하고 유수에 의한 물가 선의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비탈면에 시설하는 공작물)이 대부분 자연형으로 대체된 것이다.

20여년전 전체의 14%에 불과했던 자연형 호안이 87%로 높아져 수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변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 가로막혀 있던 한강변은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도록 수많은 접근로를 만든 덕에 가족단위 방문객도 부쩍 늘었다.

동서로는 지역별 생태공원으로 대단위 녹지축이 형성됐고, 한강 14개 지천의 생태가 복원돼 서울 전역이 하나의 생태네트워크로 연결됐다. 남북으로 복원한 녹지축은 단절된 강과 산의 생태통로를 다시 터, 서울을 동식물이 공생하는 도시로 바꾸어 놓았다.

김 씨는 지난 여름 딸과 사위, 손자손녀와 함께 서울을 종단하는 트래킹을했다. 한강변 역사와 문화를 함께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다. 한강은 선사시대 이래 한반도의 동서 문화를 잇고 도시 형성과 발전의 산파역할을 했다. 한강은 이제 군사·문화·경제 요충지로서, 암사선사유적지·풍납토성·아차산성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현장으로써의 옛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서해 뱃길, 비즈니스 지도를 바꾸다=김 씨는 지난해 여름 서해로 뚫린 뱃길로 여객선을 타고 중국 청도에 비즈니스 여행을 다녀왔다. 한강을 서해로 연결한 뱃길은 서울에서 인천연안, 나아가 중국과의 교역발판이 됐다. 여의도와 용산엔 서해로 연결되는 광역여객터미널이 마련됐고, 쇼핑몰과 각종문화시설이 들어서 대단위 국제 금융·비즈니스의 거점이 됐다.

배후에는 현대식 인텔리전트 빌딩과 각종 시설이 밀집해 외국계 은행과 글로벌 기업 지사들이 속속 입주했다. 남북 간 협력과 서해로 열린 뱃길 덕에 한강 하구에 사람과 물량이 넘쳐나고, 4000~5000톤 규모 여객선 운항도 가능해져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했다. 점심시간이면 넘쳐나는 외국인들로 이곳이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또한 강변북로가 지하도로로 바뀌고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층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국제업무단지가 한강수변에 조성됐다. KTX, 인천공항철도와 연계한 국제선 수상 여객터미널은 세계 어느 곳으로나 열려 있어 동북아시아 비즈니스 지도를 바꿔 놓았다. 

철도시설이 물러나고 강변을 가로막았던 서부이촌동 대단위 아파트가 헐린 자리는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조성돼 도심속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김 씨는 한강터미널과 탁 트인 전망, 녹지와 초고층빌딩들이 조화를 이룬 이곳 용산이 바다와 맞닿은 국제도시 홍콩을 능가하는 국제 비즈니스센터로 탄생한 모습을 볼 때마다 자긍심을 느낀다.

녹색물결 친환경 수변도시=워터프런트란 물과 만나는 도시공간 을 말한다. 20년전 공사를 시작할 당시 한강변은 개발의 상징이었던 획일적 판상형 아파트 병풍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공기흐름이 막혀있는 구조였다. 이러한 장막들을 걷어 낸 지금, 한강은 녹색물결로 출렁대며 도심에 시원한 강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자연형 호안
워터프런트 부지를 8개소로 확정, 부도심이 갖는 기능적 중심을 한강변으로 확장한 덕에 용산과 여의도는 배후의 국제 업무·금융 중심기능으로 서해 주운의 광역거점이 됐다. 상암-영동-왕십리 부도심도 인접 도시재정비와 병행해 수변 문화기능을 보강했다. 

마곡지구 역시 배후에 조성된 첨단연구단지와 한강을 연결한 수로로 친환경 도시로 거듭났다. 잠실지역의 경우 잠실운동장을 리노베이션하고, 올림픽대로를 지하화 해수변으로 열린 워터프런트 타운을 조성했다. 탄천은 복합 수상지원시설 등이 조성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업화 시대 상징인 마포 서울화력 발전소가 떠난 자리에도 수변문화공간이 마련돼 홍대거리와 선유도 등과 함께 문화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한강, 서울의 상징으로=김 씨의 기억에 한강은 접근하기 어려운데다 강변을 메운 아파트장벽으로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대상이었다. 도시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줄기는 사람과 무관했으며, 건물의 높이도 제각각이어서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울을 방문한 이들에게 한강은 아름다움과 조화의 상징이 됐다.

강에서 멀어질수록 고층으로 배치되어 첨단건물과 주변지형이 균형미를 자아내고 강으로부터의 바람 길이 터여 도심은 한껏 청정해졌다. 한강의 밤은 더 매력적이다. 자연스러운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필요한 곳에 과감한 조명을 연출해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했다. 도시 인프라 구조물 또한 경관을 우선시 해 친근감을 높였다. 저 멀리서 밀폐되어 흘러가던 한강이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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