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포, 호수 주변 이승만·김일성 별장 유명
왕곡마을, 한옥 즐비… 송지호는 철새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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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건된 지 1500년 가까이 된 건봉사는 한때 강원 북부를 대표하는 사찰이었다. |
고성은 좌우 폭보다는 남북 길이가 길다. 고성의 동서남북 중간쯤에 자리 잡은 게 건봉사다. 건봉사는 오른쪽으로 화진포와 송지호로 상징되는 동해안이, 왼쪽으로는 건봉산과 향로봉의 산악지형이 감싸안은 곳에 있다. 건봉사는 한때 강원 북부의 사찰을 대표했다.
신라 법흥왕 7년인 520년에 원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건봉사에는 명승의 이름과 흔적이 전해온다. 원각사는 이후 고려 도선국사와 나옹화상이 중수해 서봉사와 건봉사로 각기 개칭했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킨 곳이며, 구한말인 1906년 신학문과 민족교육의 산실인 봉명학교가 설립된 곳이기도 하다.
건봉사도 6·25전쟁의 피해를 보았다. 전쟁 당시 아군 5·8·9사단, 미군 10군단과 북한군 5개 사단이 이 일대에서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폐허’라는 단어가 이곳 건봉사를 짓눌렀다. 그 후 반세기 가까이 흐른 1994년 복원의 손길을 탔다. 완전한 복원은 꿈꿀 형편이 안 됐지만, 옛 영화의 흔적은 여전하다. 예전의 넓은 당우 터가 남아 있어, 그 크기와 역할이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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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전 김일성이 묵었던 ‘화진포의 성’은 역사 교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
고성에서 화진포 주변처럼 관광안내소가 많은 곳도 없다. 이곳은 ‘이승만 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부통령 별장’, ‘김일성 별장’이 호수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승만 별장은 이제 화진포기념관으로, 전쟁 전에 김일성이 묵은 김일성 별장은 ‘화진포의 성’으로 이름을 고쳐 달았다. 인근에 금강산자연사박물관과 해양박물관이 화진포를 감싸고 있어, 고성 관광의 확실한 축이라고 할 만하다.
통일전망대와 화진포를 살펴본 뒤에는 7번 국도에 몸을 싣는 게 좋다. ‘낭만의 국도’를 따라 남쪽을 향하다 보면 고성군청을 지나 왕곡마을과 송지호를 지나게 된다. 이어 천학정과 청간정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있다. 왕곡마을은 동해안이 자랑하는 전통 한옥마을. 고려말 두문동 72인 중의 한 사람인 함부열이 조선 왕조 개국에 반대해 인근 간성(杆城)에 은거한 데서 연유했다. 14세기 이후 강릉 함씨와 강릉 최씨, 용궁 김씨 등이 모여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임진왜란으로 한때 모습을 잃었지만 다시 제 모습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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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와 송림이 많은 화진포는 동해안 최대의 호수다. 주변에는 유명 관광시설이 많아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진다. |
왕곡마을에서 500m 거리에 있는 게 송지호. 짠물이 섞여 겨울에도 좀처럼 얼지 않는다. 철새에게는 좋은 쉼터이면서 훌륭한 먹이를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토성면 교암리 아야진 해변의 천학정과 토성면 청간리 청간해변의 청간정은 고성의 대표적인 정자다. 두 곳 모두 동해를 향하고 있어, 새하얀 파도와 푸른 바다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이 잠시 단절됐지만, 고성의 남쪽은 희망과 낭만의 동해를 이어주는 또 다른 전초기지이다.
고성=글 박종현, 사진 지차수 선임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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