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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남상미 "날것 그대로 생생한 공포감 전달하고 싶었다"

입력 : 2009-08-13 18:52:13 수정 : 2009-08-13 18: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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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눌리는 장면 연기 가장 어려워…촬영 내내 감기 몸살 배우 남상미(25)의 첫 영화 주연작이 공포물이라는 점은 다소 뜻밖이다. 여고생 얼짱 스타로 2003년 데뷔한 후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2004년 ‘령’을 통해 공포영화에서 선보인 적은 있지만, 그 밖의 영화나 드라마 속 역할은 대부분 밝고 경쾌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 순백의 미인이 가진 맑고 청초한 이미지는 공포영화에서 오히려 기묘한 어울림을 드러냈다. 13일 개봉한 영화 ‘불신지옥’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뚜렷한 이정표 하나를 세운 남상미를 최근 서울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남상미는 영화 ‘불신지옥’에 대해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긴장감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말한다.
이종덕 기자
그는 이 영화에서 사라진 동생 소진을 찾으러 다니는 언니 희진 역을 맡았다. 혼자 등록금을 벌며 대학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억세면서도 신들린 동생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일들이 하나씩 베일을 벗자 한없이 무너져내리기도 하는 역할이다. ‘고층빌딩의 난간 위를 걸어가는 듯 위태로우면서도 날이 서 있는’ 희진의 역할은 드라마 ‘식객’을 끝내고 두 달가량 휴식을 취하던 이 배우를 매혹시켰다.

“전 캐릭터가 가진 감정선이 제 마음을 울리면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희진이는 시나리오에서 접했을 때 너무 도와주고 싶고, 불안해보였어요. 희진이가 느끼는 답답함을 깨뜨려주고 싶었죠.”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용주 감독과 미팅을 잡아 달라고 해 출연을 결정했다. 배역을 준비하면서는 ‘사이에서’처럼 무속신앙과 무당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여러 공포영화를 섭렵했다. 하지만 정작 촬영장에 들어가서는 일부러 리허설 없이 연기에 임했다. 준비하면서 적응된 공포가 아닌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공포감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준비하면서는 ‘불신지옥’이 만들어 갈 색깔을 입히는 데에만 주력했어요. 나머지는 어차피 남상미라는 그릇 안에서 변하는 거니까 일부러 숙지하고 설정하기보다는 현장의 느낌에 충실하려고 했죠.”

평소 워낙 겁이 없어서일까. 여지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위눌리는 장면을 연기할 때가 가장 어려웠다는 이 담대한 배우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영화의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에서 좀체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촬영 내내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고, 몸싸움을 벌이는 신과 계단을 뛰어오르는 신을 찍으면서 손목과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허리가 아파 찾은 병원에선 디스크로 가는 단계라며 휴식을 권고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밝은 역할을 할 땐 몸이 아플 만한 빡빡한 스케줄에도 쓰러져 본 적이 없다”며 “감기몸살에 걸려 본 것도 처음이다. 몸이 그렇게 아플 수 있는 건지 몰랐다”고 했다.

영화를 개봉도 하기 전에 본 게 벌써 4차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선의 연기를 시도한 여배우의 첫 주연작에 대한 떨림과 애정이 묻어난다. “어떻게 보실지 떨리고 긴장돼요. 이런 감정선의 연기는 처음인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이 여배우는 평소에도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이 나오면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연기하는 모습이 가장 예쁘고, 자신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연기에는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어요. 연기를 하면 나도 모르는 무언가가 나와요. 그걸 끌어내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영화와 드라마를 병행하는 것은 두 가지가 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면서 진행되는 드라마가 즉흥연기를 하는 느낌이라면, 영화는 이미 다 만들어진 상태에서 관객에게 보여지잖아요? 뭔가 만들어지고 짜여진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불신지옥’이 개봉하면서 남상미는 이제 차기작을 고를 여유가 생겼다. ‘불신지옥’의 희진처럼 사연이 있는 캐릭터, 그 속에 응어리가 있는 캐릭터라면 극 중 비중과는 상관없이 하고 싶다고 한다. 연기자로서 그가 듣고 싶은 말은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 “남상미가 찍었다고 하면 그 작품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작품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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