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작용 설명 없어"… 피부과 의사 2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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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결과 발표 이건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3일 서울 서초동 지검 기자실에서 ‘페놀’성분을 이용해 박피술을 시술한 유명 피부과 전문의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페놀 박피’로 얼굴 60%에 화상을 입은 A(40·여)씨는 3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페놀성분을 쓴다고 설명했다면 시술을 받았겠느냐”며 울먹였다.
2006년 1월 무용강사였던 A씨는 결혼을 앞두고 눈밑 기미를 없애려 서울 강남의 T피부과를 찾았다. 이 병원 P원장이 케이블 의학전문 채널에 출연, “박피술로 기미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선전해 병원을 찾은 게 화근이 될 줄은 그땐 꿈에도 몰랐다는 A씨. 그는 상담실장과 P원장을 차례로 만나 “‘심부피부재생술’은 부작용도 없고 간단한 방법으로 기미를 100% 없앨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사흘 뒤 1200만원을 주고 시술을 받았다.
A씨는 얼굴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지만 “시술이 잘됐다”는 P원장의 말에 안심했다. 얼굴에 피고름이 흐르고 양볼과 이마가 울퉁불퉁해졌지만 P원장의 ‘자신감’에 시간만 흘려보내던 그는 2007년 5월 “개선된 박피술을 추가로 받자”는 P원장의 설득에 300만원을 내고 부원장 안모(39)씨에게 2차 시술을, 5개월 뒤 3차 시술까지 받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A씨는 지난해 4월 P원장이 숨진 뒤에야 대학병원을 찾아 ‘향후 치료비가 5000만원이 넘지만 원래 얼굴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을 듣고 대성통곡했다. A씨는 “3년6개월간 직장은커녕 집과 피부과만 오갔고, 죽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같은 병원에서 1600만원을 주고 수술을 받은 뒤 얼굴 80%에 화상을 입은 B(50·여)씨는 피부가 말려올라가 눈이 감기지 않는 안검외반증으로 실명 가능성까지 있어 지난 2월 피부이식수술까지 받았다. B씨는 “모자와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도 못한다”면서 분노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건태 부장검사)는 이날 A·B씨를 포함해 30∼50대 여성 10명에게 ‘페놀 박피’로 부작용을 일으킨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T피부과 부원장 안씨와 O피부과 원장 노모(40)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는 2004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P원장이 제조한 박피약물을 A씨 등 9명에게 사용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노씨는 지난해 3월부터 시술법을 배우는 차원에서 T피부과에 근무하며 B씨에게 안면부 3급 장애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초 고소인은 16명이었지만 이미 사망한 P원장에게 시술받은 6명을 제외한, 10명만 형사 고소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소인 16명은 P원장의 유족을 상대로도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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