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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영혼이 찌든 현대인을 구원"

입력 : 2009-08-04 18:18:51 수정 : 2009-08-04 18: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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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시리즈 통해 원초의 본능 화폭에 담는 화가 황나현 아프리카 초원을 무리지어 달려가는 얼룩말떼를 보게 되면 왠지 가슴이 뛴다. 게다가 대지의 복사열로 얼룩무늬가 요동칠 땐 그야말로 한폭의 추상화를 보는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아프리카 자연에선 구상과 추상의 경계마저 무의미해 보인다. 자연은 그렇게 우리에게 ‘아름다움의 힘’으로 다가온다. 검붉은 석양에 물든 초원 위에 서서 ‘야생 중독’에 빠져 본 경험이 있다면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말을 실감할 것이다.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황나현(30)은 그런 감성을 깨워주는 작가다.
◇동양화 전공자답게 평면성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표현을 구현해내고 있는 황나현 작가. 그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에서 그림자와 명암을 넣지 않고도 기운생동이 느껴지게 하는 경지를 ‘스승’으로 삼고 있다.

얼룩말은 그의 야생시리즈 작업 중의 하나다. “표범이나 얼룩말은 겉모습은 굉장히 화려한 동물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들의 내면세계는 우리가 알지는 못해도 어쩌면 우리와 같다고 생각해요.” 그는 그 이유를 인간도 자연이기 때문이란다.

얼룩말의 눈빛는 소의 눈처럼 맑고 선하고 때로는 고독스럽기까지 하다. 확대된 얼룩말의 눈빛은 영락없는 사람의 눈이다. 그는 얼룩말 등 야생동물을 통해 인간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프리카에 못 가는 대신 그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동물원을 자주 찾는 이유다.

“여름밤 산등성이의 달빛에서, 어린아이의 눈빛에서, 바람에 떨어지는 잎사귀에서 가슴 떨리는 전율을 느꼈다면 그것이 곧 ‘아름다움의 구원’이지요”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의 그림속 얼룩말 눈빛도 같은 맥락이다.

작은 꽃잎 등으로 이루어진 숲과 산 속에는 까만 원시인들이 숨어 있다. “까만 원시인들은 본연의 우리들 모습이지요. 아무런 도구 없이 뛰놀지만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너무 많이 갖기 위해 찌든 현대인들에게 영혼의 충만함을 선사하려 한다.

“우리는 커다란 자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작은 원시인, 자연이 허락한 작은 삶이지요.”

◇화려하면서도 들뜨지 않는 차분한 자연의 색을 구현하고 있는 작품 ‘고귀하다’.
그는 어쩌다가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라 늘 즐겁고 행복해할 수 있는 에너지가 ‘우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 메시지를 그는 그림을 통해 전달하려 한다. 인간의 욕심들로 엮어진 인위적인 구조와 복잡한 관계로 피폐해진 정신을 위로 받고자 사람들은 자연을 갈망한다.

“이는 단순히 자연이 가지는 안식처로서의 편안함과 여유만으로 볼 수 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인간 본연의 바탕이 바로 자연이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원초적 회귀본능에 의한 이끌림이라고 봅니다.”

그는 나름의 자연관을 화폭에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인간은 항상 자연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지요. 때때로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힘이 그만큼 강해서가 아니라, 자연이 그저그런 우리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고 보듬어 주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는 그러기에 자연은 어쩌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지만, 무한히 맑고 선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이런 에너지는 인간이 자연과 조화되고 소통하는 것으로부터 충분히 담고 또 담아질 것입니다. 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본질적 삶의 의미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지요.”

그는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웠던 자연의 모습이 인간이 늘 바라고 원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모습은 이미 본래 우리의 자연과 닮아 있다는 얘기다.

작가는 동양화적인 채색기법도 견지하고 있다. 잎을 그릴 때도 명암 등을 넣어 입체적으로 보이는 잎이 아니다. 잎맥까지 필의 선적인 요소가 살아 있다.

“얼룩말의 숲과 산, 원시인을 입체로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동화책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마치 종이인형들이 움직이듯이 납작한 숲과 얼룩말, 원시인들이 춤추고 뛰어노는 모습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요.”

당찬 그의 생각이 향후 행보를 더욱 기대케 한다. 7일까지 한원미술관(관장 하승연) 초대전. (02)588-5642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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